홍합을 이용해 의료용 생체접착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차형준(36) 교수팀은 최근 홍합의 발에서 나오는 접착성 단백질을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차 교수팀은 국산 양식홍합에서 ‘FP-5’라는 접착 단백질을 추출해 유전자를 복제한 다음 대장균을 이용해 증식,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6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홍합에서 추출한 생체접착제는 인공접착제에 비해 접착력과 유연성이 뛰어난데다 인체에 면역거부 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 80년대부터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1g의 생체접착제를 얻기 위해 무려 1만마리의 홍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판매가격도 1g당 7만5,000달러(8,800만원)에 달해 실험용 시약으로만 일부 사용돼왔을 뿐 실제 장기이식이나 피부ㆍ뼈 접착 등 의료용으로 상용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차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대량 생산은 물론 현재 이용되고 있는 것보다 접착력이 뛰어나고 방오제(이물질이 붙지 못하도록 하는 화학물질)가 코팅돼 있는 표면에서도 잘 붙도록 할 수 있다. 차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와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며 “조만간 상용화되면 한해 수백억원어치가 수입되는 외국산 의료용 접착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