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사들 '설상가상'

장사도 신통찮은데… 소말리아 해적까지 기승
해적보험 10배 치솟아 하루 수만달러 추가 부담
출몰지역 피해 희망봉 우회… 물류비용도 눈덩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항로인 수에즈 운하-아덴만 항로에 소말리아 해적 출몰이 잦아지면서 세계 해운사에 초비상이 걸렸다. 해운 선사들은 가뜩이나 글로벌 리세션으로 물동량이 급감한 가운데 유럽계 보험사가 운용하는 ‘해적보험료’가 10배가량 오른데다 해적을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물류비용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유럽~아시아를 잇는 최단거리 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시간이 3주가량 더 걸리며 운송비용도 선박당 연간 350만달러 더 든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됐던 리처드 필립스 머스크 앨라배마호 선장이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 소식을 전하면서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고전하는 세계 해운사들이 수백만달러의 몸값 요구에 대비한 ‘해적보험료’ 상승으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보험은 폭풍우로 인한 손실에 대비한 ‘해상보험’과 전쟁ㆍ테러ㆍ해적 등에 대비한 ‘전쟁리스크보험’으로 나눠지는데 ‘해적보험’은 전쟁보험의 일종이다. 소말리아 해적 출몰지역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아덴만. 소말리아와 예멘 사이의 아덴만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한국 물동량의 25%가 이곳을 지나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런던에 집중된 보험사들이 아덴만 통과 선박에 대해 소말리아 해적 출몰을 이유로 추가 보험료를 요구하면서 보험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들이 이른바 ‘전쟁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간주, 하루에 수만달러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WSJ는 “아덴만 항로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항로”라며 “소말리아 해적들의 출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와 중국의 컴퓨터, 일본의 자동차 등 아시아 수출품의 유럽 운송비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아덴만 통과 선박의 전쟁보험료는 최소한 10배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소재 아온사와 영국의 LISS사는 아예 최근 소말리아 해적 피해에 대비한 특별 보험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해적의 선원 납치로 인한 몸값 요구와 화물 운송 지연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해적 출몰과 보험료 급증에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프랑스 CMA-CGM 등 10여개 선사들은 아예 수에즈 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당국에 보험료 상승 등의 이유로 운하 통과료(최대 60만달러)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미국 동부로 오는 유조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돌아올 경우 2,700마일이 더 소요되며 연간 물류비용은 350만달러가 더 든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는 선원을 대신해 스스로 인질이 돼 ‘영웅’으로 떠오른 필립스 머스크 앨라배마호 선장 구출작전에 해적을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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