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에 실물경제 반영되길

한국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금융통화위원회 구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은은 당초 금통위원 7명 가운데 대한상의,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등 3개 민간 경제단체의 추천제를 폐지하고 대신 총재 추천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 추천권을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던 재경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다가 국회의 요구로 한은과 재경부가 단일안을 절충하면서 은행연합회와 대한상의 추천은 살려두고, 증권업협회 추천을 없애는 대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통화신용정책의 최고결정기관인 금통위는 독립성 확보가 필수이며, 개개인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금통위원을 재경부와 한은, 민간단체들이 골고루 추천토록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점에서 재경부와 한은이 민간단체의 몫을 줄이려고 했던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동안 금통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겉으로는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재경부가 좌지우지 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은행연합회와 대한상의 추천권을 살려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에 추천권이 배제된 증권업협회를 비롯한 민간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재경부의 `전횡`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뒤늦게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다. 대한상의나 은행연합회도 이제부터는 정부의 들러리라는 인식을 벗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천권행사를 독립적이고 객관성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금통위원들이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가 경제지표와 실물경제 사이의 격차를 실감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금통위원들은 사무실에서 겨우 길 하나 밖에 떨어져 있는 남대문 시장에서 지표상의 경제와 현실 경기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금통위원들은 “경제상황이 훨씬 좋지 않은 것 같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사이의 격차를 실감했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경제활동에서 민간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금통위원수를 늘려서라도 실물 쪽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 중앙은행도 금융과 경제에 식견이 높은 민간인 전문가를 다수 참여시키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은 금통위에 민간의 참여를 넓히는 방안을 연구해야하고, 민간단체들은 전문성과 현실감각이 있는 인사를 자율적으로 선임해 추천권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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