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속 거품성장 규제 대폭완화 등 금융빅뱅으로 몰락일본의 10대 증권사중의 하나인 산요(삼양)증권이 3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일본판 빅뱅(금융대개혁)이 증권업계에서도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일본 증권업계의 구조재편이 대형증권사 위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벌써부터 44개 일 증권사중 절반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팽배해지고 있다.
산요증권의 파산은 근본적으로 일본 경제, 특히 금융부문의 과도한 거품이 걷히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요인탓이 크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장기간의 증시침체에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철폐까지 맞물려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증권사들은 올들어 증시여건 변화와 잇따른 악재가 겹쳐 점유율 하락, 수익구조 악화,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 등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21개 중소형사의 경우 올상반기중 모두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더욱이 이같은 위기가 증권사 뿐만 아니라 일본 금융업계 전반에 폭넓게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산요증권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자회사들도 모두 비은행권 대출전문업체들이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집중된 대출금이 악성부채로 돌변해 회사의 숨통을 조이게 만든 것이다.
산요가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보험회사들도 2백억엔(1억6천6백만달러)의 부채 상환 연장을 거절했다. 보험사들도 재무구조 악화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주가 하락과 함께 규제완화 이후 일 증시의 투자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과거 개인투자가 유치를 위한 장사수완에만 의존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제 질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춰어야 될 형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 금융개혁안이 발표된 이후 금융지주회사 설립 허용, 업종간 진출규제완화 등 대대적인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작업이 진행중이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맞서 증권사들은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않다.
산요증권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자본금 증자, 해외 자회사 폐쇄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결국 헛수고로 돌아갔다. 타사와의 합병계획도 무산됐다.
베어링증권의 주식분석가인 제임스 피오릴리오는『중소형 증권사의 주식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이 빅뱅시대에 살아남을 확률이 극히 낮다는 투자가들의 판단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에서만 벌어지고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금융기관들도 곪아들어가고 있다. 금융시장 개방에 맞서는 금융기관들의 능동적인 대응이 시급하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