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연계 '패키지 딜' 위력 발휘 쿠르드측서 절실한 재건사업 계약 늘며 유전광구 물량도 더 커져3~4년뒤 하루 20만배럴 생산…중앙정부도 승인, 불안요소 없어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건설과 자원개발을 연계하는 패키지 딜(Packaged Deal) 방식의 자원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기름 위에 떠 있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전지대인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권을 확보한 것도 이 같은 '패키지 딜'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SOC 사업 진출을 위해 초기부터 쿠르드 자치정부와 협상을 주도해왔던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쿠르드 지역에서 가장 필요했던 게 도로ㆍ발전소ㆍ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이었다"면서 "당초보다 확보한 유전 광구가 늘어난 것도 SOC 계약물량이 커지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건은 쿠르드 지역에서의 유전과 SOC 공사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8개 광구 하루 20만배럴 생산 기대=우리나라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 지역 인근에서 5개 광구를 확보했고 나머지 3개 광구는 술레이마니야 인근 남쪽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확보한 바지안 광구 지분 20%도 추가로 확보해 바지안 광구의 지분은 모두 80%에 이른다. 8개 광구는 이전에 시추가 이뤄진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탐사광구로 분류된다. 기대매장량은 72억배럴이며 탐사성공시 한국은 20억배럴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는 123개의 석유가스전, 168억배럴의 추정매장량을 확보해놓고 있는 만큼 이번에 확보한 추정매장량은 종전의 10%가 넘는다. 특히 종전 최대 규모로 현재 시추가 진행 중인 러시아 서캄차카 탐사광구에서 확보한 15억배럴 보다도 크다. 석유공사는 "조만간 시추작업에 착수, 3∼4년 뒤 시험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본궤도에 오를 경우 하루 2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08억달러 규모 SOC 공사=108억달러 규모의 SOC 공사를 따냈다는 점도 큰 성과다.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을 공동 대표사로 하는 한국 SOC컨소시엄은 쿠르드 자치정부와 총 107억8,000만달러 규모의 재건사업에 대한 정식계약을 체결, 5년간 재건활동을 펼친다. 김승준 쌍용건설 해외사업본부장은 "이번 계약은 향후 쿠르드 지역의 추가 공사와 이라크 본토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모두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1단계는 에르빌ㆍ술레이마니야ㆍ두혹 지역의 상하수도, 에르빌과 술레이마니야에 발전시설을 건설한다. 공사 규모는 21억5,000만달러. 2단계는 살라하딘 등 3개 도시의 상수도와 에르빌-술레이마니야를 잇는 4차선 고속도로(연장 170㎞) 사업과 100여개의 학교 건설 등 41억2,000만달러 규모의 공사다. 마지막 3단계 공사는 에르빌과 술레이마니야ㆍ두혹에 발전소와 변전소 건설, 아메디 등 7개 도시에 상수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45억1,000만달러다. 공사자금은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원유개발 이익으로 자체 조달하기로 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그러나 8개 유전 광구에서 당초 기대만큼 원유가 생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 공사 대금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원유를 생산 중인 광구 2곳에서 KRG가 얻는 원유의 일부를 담보로 제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보로 제공한 원유는 수천만배럴 수준으로 국제유가로 환산하면 건설 비용 21억달러를 충분히 댈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도 문제 없을 것"=불안 요소인 쿠르드 자치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도 석유공사나 쌍용건설은 낙관하고 있다. SOC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컨소시엄과 맺은 이번 계약과 미국의 한 석유개발회사가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계약 2건에 대해 이미 이라크 중앙정부가 추인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도 "바지안 광구 계약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 로펌을 통해 법적 안정성은 이미 확보해놓았고 이미 20여개 외국 기업들이 쿠르드 정부와 유사한 탐사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