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다운시프트형 지역밀착 마케팅

이종원 <행복한세상 백화점 판매전략팀장>

사람들은 행복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각종 제품과 서비스만 얻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물질이 풍요해지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 98년 영국 런던 정경대의 로버트 우스터 교수의 조사 결과는 돈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세계 54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민행복도’ 조사에서 미국을 비롯한 일본ㆍ독일 등 이른바 G7 국가 중 한 나라도 40위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반면 행복지수의 상위에는 놀랍게도 방글라데시ㆍ아제르바이잔ㆍ나이지리아 등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차지했다. 잘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더 잘살기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는 동안 오히려 자신이 원래 추구했던 행복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다운시프트(downshift)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꾸어 속도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삶에서의 다운시프트는 바쁜 일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보수는 적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국경 없는 경쟁을 의미하는 세계화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달리는 동안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팍팍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백화점인 ‘행복한 세상’에서는 이런 팍팍함을 느슨하게 해주고 속도를 늦춰 주변을 돌아보게 해주는 마케팅을 펴고 있다. 바로 ‘다운시프트형 지역 밀착 마케팅’이다. 물론 고가의 사은품을 나눠주는 대규모 사은행사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내에 발생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한 봉사활동이 병행되지 않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주민의 물물교환 장터인 벼룩시장과 지역 내 고객이 만든 물건을 백화점에서 판매해주는 마이핸즈숍, 지역 내 환경단체들과 함께하는 환경보호 활동, 지역 내 시민단체와 연계한 결식아동돕기 바자회 개최는 물론이고 명절이 되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방문 등. 이 모든 것은 빠르게 입증되는 결과를 중시하는 현실 속에서 ’효율’을 포기하는 대신 기어를 한단 낮춘 다운시프트 마케팅의 수확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들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주민들과의 눈인사도 많아지고 안부도 길어진다. 다운시프트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진정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여유 없이 바쁜 삶을 살았던 필자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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