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점차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기지 회사들의 자금난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공황상태는 일단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미국 모기지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부터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파산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안젤로 모질로는 “BoA의 투자는 컨트리와이드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컨트리와이드는 생존하게 됐다”고 밝혔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이사회 의장 겸 CEO도 이번 투자는 컨트리와이드의 사업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것이자 전국에 주택금융을 제공하는 컨트리와이드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지 대출의 채무 불이행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컨트리와이드는 최근 알트에이 모기지를 주로 담당하는 대출사업부인 ‘풀 스펙트럼 렌딩’ 사업부의 직원들에게 해고 개시를 알리는 등 비용절감과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금융시장에 신용경색 현상이 풀릴 조짐을 보이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융완화 조치 때문이다. FRB는 지난 9일 이후 총 1,10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시장에 방출한데다 재할인율도 인하해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높아졌다. 게다가 21일 미 금융 수뇌부 3자 회동을 계기로 미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기관에 자금 물꼬를 트도록 독려하면서 4개 은행들이 자금을 공급하는 등 가시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뉴욕 증시는 17일부터 4영업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주초까지 기승을 부렸던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현상이 누그러지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재개되면서 미 재무부 채권 값이 이틀째 떨어지고 있다. 씨티은행과 BoA, JP모건-체이스, 와코비아 등 4개 대형 은행이 22일(현지시간) 미 FRB의 재할인 창구를 통해 각각 5억달러씩 총 20억달러를 대출받았다. 이들 4개 은행은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FRB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자금난에 허덕이는 금융기관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은 늘어나게 된다. 신용경색이 앞으로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FRB의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긴급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다소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자금의 물꼬가 트이기는 했으나 완전 해갈되기에는 부족하고 잠재적 부실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 돈줄은 말라붙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부실의 진앙지인 모기지 회사의 신규 대출은 고액 우량대출인 ‘점보론’에 국한되고 서브프라임 대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시장도 신용경색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서브프라임 붕괴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소비자금융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주택담보 및 가계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고 금융기관들은 자동차 대출 이자율, 신용카드 수수료 및 이자율을 일제히 인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기지 회사의 파산 및 대출 중단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파산위기에 내몰렸던 애크레디티드홈랜더스(AHL)는 이날 결국 사업규모를 절반 축소하고 신규 모기지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리먼브러더스와 HSBC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 부문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적어도 22개의 대형 모기지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 파산위기에 몰리거나 대규모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바클레이스ㆍ베어스턴스ㆍAIGㆍ리먼브러더스 등의 계열사가 포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