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시장 생기고 과다배출 기업은 사서 써야

제조 대기업 거의 포함 배출량 매년 보고해야
'포스트 교토' 협상따라 시행시기 다소 유동적



총리실에서 29일자로 입법예고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은 우리나라도 이제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태풍의 한가운데로 진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 선진국은 우리보다 제조업의 비중이 훨씬 작을 뿐 아니라 그 제조업들도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성숙산업이다. 또 산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지식서비스산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 그 중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중화학공업 등이 산업의 중심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이들 제조업에 기대 경제성장을 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EU 등 선진국보다 우리가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받을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기업들 구체적으로 어떤 부담이 생기나=기후변화기본법에 따르면 먼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규모 산업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를 매년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측정량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구체적인 보고대상 기업, 보고방법, 보고내용 등은 별도로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또 일정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배출허용 총량을 할당받는다. 그리고 할당량을 넘어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살 수 있다. EU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할당량 거래시장(Cap & Trade)이 우리나라에도 생기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은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든지 아니면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셈이다. 관심은 누가 대상기업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EU는 약 2만toe(석유환산톤)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할당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약 300~500개 기업이 해당된다. 제조업 분야의 웬만한 대기업들은 모두 들어가는 셈이다. 배출허용량 할당을 무상으로 할 것인가, EU처럼 경매를 통한 유상으로 할 것인가도 앞으로 문제가 된다. 정부는 일단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 등을 보면 처음에는 무상으로 할당하다가 수년 뒤 유상 할당으로 바꾸는 추세여서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경매를 통한 유상 할당으로 옮겨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출량 강제할당 언제부터 시행할까=당초 총리실에서 만든 기후변화기본법 초안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과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2013년부터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2013년부터’인 이유는 이때부터가 포스트 교토체제가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2008~2012년은 교토체제로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의무국가는 EUㆍ일본 등 뿐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포스트 교토협상 결과 우리나라도 의무감축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기본법 초안에 ‘2013년부터 할 수 있다’고 명시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실시시기를 법에 명시하면 산업계의 반발이 커질 뿐 아니라 포스트 교토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실시시기를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으로 바꿨다. 결국 배출량 강제할당 및 배출권 거래제 실시시기는 포스트 교토협상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협상결과 의무감축국에 들어가면 2013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총리실 기후변화기획단 힘 세진다=기후변화기본법에 따르면 총리실 기후변화기획단은 대통령이 위원장인 기후변화대책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면서 기후변화대응기금도 총괄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도 관장한다. 조직과 돈ㆍ정보를 모두 갖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기본법을 둘러싼 부처 간 힘겨루기도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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