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문화다] 논현동 7th heaven 류재은·한철수(시건축사사무소)유리박스 겹친듯한 외양…층마다 다른 설계로 특화 김광수 기자 bright@sed.co.kr 강남구 신사동 고개를 지나 도산대로 방향으로 지나다 보면 장난감처럼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네모 반듯한 건물들과 달리 각자 다른 크기의 유리박스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어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미래 건축물의 형태를 띄고 있다. ‘최상의 상태, 가장 좋은 세상’이라는 의미를 지닌 ‘7th heaven(제7의 천국)’은 김종영 미술관, 영국문화원 등을 설계했던 시건축의 류재은 대표와 한철수 소장의 작품이다. 류재은 대표는 “하나의 건물을 여러 구성원이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각각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 차별화 된 공간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이다. 유리로 된 여러 개의 박스가 겹쳐 있는 듯한 건물 전면은 마치 팝아티스트 백남준이 TV모니터를 어지럽게 쌓아놓은 것 같다. 백남준의 작품이 그러하듯 제7의 천국의 박스 공간도 ‘따로 또 같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개별 공간을 특화하기 위해 같은 층이라도 높이와 돌출 정도를 조금씩 달리 한 것이 이 빌딩의 특징이다. 건물 오른쪽 하단의 붉은색 박스는 제7의 천국의 포인트 공간이다. 어두운 회색과 투명한 유리창의 건물과 달리 튀는 느낌을 주는 이 곳은 1층과 2층의 중간에 위치하며 출입계단이 따로 만들어져 전체 건물의 쉼터 역할을 한다. 좁은 골목 같은 길을 지나 1층으로 들어서면 하나의 전시장을 만나는 듯 하다. 건물 모양이 독특해 공사가 진행중일 때부터 주변의 수입차 전시장들이 이 건물에 눈독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지나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완전히 다른 설계를 만날 수 있어 마치 새로운 건물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건물 앞뒤로 난 유리창을 통해서는 종일 따스한 햇빛이 들어온다. 이 건물은 완공 전에 이미 한 인테리어 업체가 장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 곧 내부공사를 마치고 1층은 전시장, 각각의 유리박스는 개별 사무실로 사용할 예정이다. 주변 건물들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는 것과 달리 임대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줄을 서고 있다. 하지만 제7의 천국이 당초 의도와 달리 입주자 각자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한 회사에서 사용하게 된 점은 설계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 점이다. 입력시간 : 2007/05/15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