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8월 20일] 남북관계, 진정한 대안을 찾아서

임종천(남북물류포럼이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방북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방북으로 현대아산 직원이 풀려났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재개 계기가 마련됐다. 북한은 현대아산과 경제 문제의 물꼬를 튼 것을 계기로 북한의 숙원인 오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남한 정부의 대응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현 회장의 방북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적 예측만 지배하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협력을 하지 않으면서도 대남정책을 선점해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간차원의 협력이 강화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북한과의 협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민간차원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서서히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남북 간 문화 및 체육 교류와 같은 행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특히 내년은 남북이 처음으로 동시 진출하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므로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 올림픽 때 공동응원단을 구성하며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경험을 되살려보자는 것이다. 과거 미중 관계에서도 위기 때마다 체육 및 문화 행사를 통한 신뢰관계 확인과 정치 경제적인 협상이 성공한 사례가 다수 있었으며 남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당장 올해부터라도 월드컵 남북 공동응원단을 결성하기 위한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공동응원단 구성에 나선다면 서로에 대한 마음에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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