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되살아난 금융위기와 경기후퇴(recession)로 분투 중인 영국 경제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영국은 더 이상 팔 것이 없으며, 영국 금융산업의 상징인 '씨티 오브 런던'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진단했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저스는 최근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경제의 부진으로 파운드화의 '지지대'가 없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특히 영국 경제와 파운드화를 지탱해 온 두 개의 기둥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영국 금융섹터가 모두 흔들리고 있어 예전의 위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해산 원유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상태가 건전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영국의 금융섹터는 무너지고 있다"며 "간단히 말해 영국은 더 이상 팔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씨티 오브 런던은 끝났고 세계의 금융중심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돈들이 아시아로 몰리고 있는데 그것이 왜 서구로 되돌아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영국 경제는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9~11월 실업률은 6.1%로 1997년이후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작년 12월 모기지 대출은 신저점 수준까지 급감했다. 영국 정부의 재정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 2007년말 40억파운드였던 예산적자가 2008년에는 110억파운드까지 확대됐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 부실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자금 투입의 결과다. 추락하는 경제에 떠밀려 파운드화도 연일 하락세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1.3713달러까지 밀려 1985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유로화 대비로는 0.9370유로를 기록했고, 엔화 대비 120.16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