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선고' 앞두고 中企-은행, 날선 신경전

29일 '키코의 날'…100여건 무더기 선고 앞두고
中企 "불완전 판매 드러날 것"
은행 "신의성실 의무 등 준수"

오는 29일 100여건의 키코(KIKO) 사태 법률 분쟁이 무더기로 판결이 난다. '키코의 날'로 불리는 이날 결정에 따라 키코 사태의 책임소재가 나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과 은행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17일 법원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말까지 중소기업들이 키코 판매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118건 가운데 100여건을 29일 4곳의 재판부(민사합의 21∙22∙31∙32부)에서 한꺼번에 선고할 예정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키코 관련 소송을 이날 모두 선고하는 것은 시간적 제약 등 때문에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오후2시에 100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일시에 내리고 나머지는 12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판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같은 날 100여건의 선고가 이뤄지지만 사건별 상황과 조건이 다른 만큼 판단은 개별적으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 소송 관련 첫 1심 선고는 지난 2월8일 이미 한 차례 이뤄졌다. 당시 재판부는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얻게 되는 이익이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해 과하지 않다"며 키코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00여건의 무더기 선고가 이뤄지는 이번 판결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향후 진행될 항소심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기업과 은행 측 모두 이번 판결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키코 계약이 약관법상 불공정할 뿐 아니라 상품 구조가 기업이 손해볼 수밖에 없게끔 구성돼 있으며 ▦은행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옵션계약의 가치를 속여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상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공정성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기업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원섭 위원장은 "인도에서 진행된 키코 유사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관련 상품의 구조적 결함들을 근거로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은행 측은 키코 상품은 은행과 기업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품이라고 할 수 없으며 설명의 의무, 신의성실의 의무도 모두 준수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법원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종합해 판단을 내리겠지만 금융상품의 판매를 두고 벌어진 소송인 만큼 상품 내용과 구조를 은행이 제대로 알렸는지, 또 기업이 과거에도 비슷한 상품에 투자했는지 여부에 따라 승패는 물론 배상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소송에서 제기된 키코의 불공정성 여부도 금감원 조사자료나 기존 판례 등을 참조해 공정히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키코는 원화가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파생금융상품으로 중소기업들은 환율변화 위험에 대비해 이 상품에 가입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오히려 4조원가량의 타격을 받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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