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동반둔화 가능성 커진다

소비·설비,건설투자등 내수지표 하락 본격화
하반기엔 美경기침체 영향 수출도 둔화 우려
"단기 부양책 보단 성장잠재력 확충 나서야"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은 우리 경제가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지난 1ㆍ4분기 경기둔화 흐름은 소비ㆍ설비투자ㆍ건설투자 등 내수 부문 부진의 영향이 컸다. 3월 일부 지표는 2월보다 개선됐지만 전반적으로는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고, 특히 각종 내수지표는 지난해에 비해 나빠졌다. 더구나 올 하반기에는 미국 경제침체가 우리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물지표 양호해 보이지만=겉으로만 보면 우리 경제의 실물지표는 양호한 모양새다. 수출 호조로 3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늘면서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생산자제품 출하도 8.6% 증가해 6개월 연속 오름세를 탔다. 내수지표도 증가세를 보였다. 3월 소비재판매액은 전월 대비 1.3%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4.2% 늘었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늘어나 2월의 -1.9%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건설기성(경상금액)은 공공 부문의 공사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늘어났고 국내 건설수주도 5.3% 증가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대외경제여건 악화 등은 아직 생산과 소비 등 실물 부문까지 파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하강국면이 이어질지는 4월과 5월의 지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승국면이 하강국면으로 바뀌는 신호가 다소 커졌지만 본격적인 경기하강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소비ㆍ설비투자 등 내수둔화 본격화=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내수지표의 하강세가 너무 뚜렷하다. 지난해 연간 서비스업은 6.4%, 소비재판매액은 5.3%, 설비투자는 8.6%, 국내건설기성은 6.6%, 국내건설수주는 19.3% 증가했다. 반면 올 1ㆍ4분기에는 서비스업 6.3%, 소비자판매액 3.8%, 국내건설기공 5.6% 증가에 머물렀고 설비투자(-1.0%)와 국내건설수주(-3.9%)는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ㆍ4분기 들어 민간소비는 3.5%로 크게 둔화됐고 설비투자는 정체, 건설투자는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서 내수 부문의 기여도는 지난해 4ㆍ4분기 3.7%포인트에서 올 1ㆍ4분기 2.6%포인트로 크게 떨어졌다. 더구나 일자리 창출 부진에다 GDP와 실질 국민총소득(GNI)간 격차 확대로 국민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면서 2ㆍ4분기 이후 소비ㆍ투자 등 내수가 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전체 경기가 완만히 둔화하는 가운데 유가와 환율 때문에 내수경기가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수출도 둔화 우려=내수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가운데 수출도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중 미국경제 침체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 중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침체는 일본ㆍ중국 등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기를 둔화시켜 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친 뒤 역내 무역 둔화를 통해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하반기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출물가가 오르면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수출 증가율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중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부양정책보다는 감세나 규제완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의 경제 분위기를 호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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