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놓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05포인트(1.19%) 오른 1,537.43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1,500선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도 시장은 외국인의 매도공세 지속과 투신의 몸 사리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냉각으로 프로그램 순매수가 지수를 방어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다만 ▦투신권으로 자금유입 지속 ▦대차거래 급증 ▦연기금 매수 움직임 등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글로벌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수급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수주체가 없다=수급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적극적인 매수주체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2,205억원 순매도하며 24거래일 연속 매도공세를 이어갔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증시의 베어마켓 진입, 정부의 환율정책 등의 요인으로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환율만 놓고 보면 적어도 1,100원선을 넘어서야 외국인이 환차익 매력을 느끼며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관 역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표면상 매수우위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프로그램 매수세에 좌우되는 등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이나라 삼성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면 2주 연속 기관은 실제로 순매도세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프로그램 매수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구세주 될까=이처럼 증시 수급구도에 짙은 안개가 서려 있지만 몇몇 군데서 긍정적인 동향이 포착된다. 핵심은 연기금의 등장이다. 연기금은 이날 외국인과 투신이 동반 매도에 나선 가운데 1,104억원 ‘사자’에 나서며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유지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몸을 사리고 있는 투신권의 빈자리를 연기금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높아진 주식투자 비중 및 자금집행의 가변성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대차거래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수급구도 개선 여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4월 60조원대였던 대차거래잔액은 7월 현재 75조원을 넘어섰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대차거래잔액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며 “공매도한 주식은 언젠가는 다시 사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반등폭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안정 찾으면 수급 풀릴 것=국내 주식형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1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내 주식형펀드로 91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19거래일 연속 순유입세 지속으로 올 들어 순유입 기간이 가장 길었던 1~2월의 기록을 넘어설 태세다. 19거래일간 국내 주식형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1조7,961억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잔액은 81조4,868억원으로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잔액(60조5,524억원)과 21조원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국내 펀드의 견조한 자금유입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자금 유입에도 투신권의 ‘눈치 보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5월 고점 이후 1개월 반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로 2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음에도 투신권이 순매수한 금액은 4,0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주가 하락에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꾸준히 들어왔지만 대외 악재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투신권이 ‘사자’에 선뜻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 연구원은 “시장이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적극적인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국내 증시가 바닥에 다다랐다는 믿음이 커진다면 매수주체가 출현하며 수급구도에 꼬인 매듭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