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해 경제규모가 대구광역시나 충청북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규모 차이도 갈수록 벌어져 북한 경제는 남한의 33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3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경제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8% 성장해 5년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지속했다. 90년대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던 북한 경제는 99년 6.2%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00년 1.3%, 2001년 3.1%, 2002년 1.2%로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회복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속 성장세에도 불구 지난 5년간 남한 경제는 36% 성장한 반면 북한은 15%성장에 그쳐 남북한의 경제 규모차이는 더욱 확대됐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북한의 경제규모는 21조 9,466억원으로 남한의 33분의 1 수준이며 1인당 국민소득도 818달러(약 97만 4,000원)로 남한의 15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물가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시장환율을 기초로 비교할 경우 레바논이나 스리랑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매력평가기준으로 보면 83위로 엘살바도르나 카메룬 등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북한이 소폭이나마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에 대해 2002년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난으로 성장이 위축됐던 광공업과 전기가스, 수도업 등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기상여건이 좋아 농림어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데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에너지 및 원자재 부족, 생산시설의 노후, 낙후된 기술수준 등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산업전반에 상존하고 있어 생산증대 지속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이 비교적 양호한 기상여건과 남한의 비료지원 등에 힘입어작물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1.7% 성장했으며 광업은 전력부족이 일부 해소되면서 3.2% 증가했다. 제조업은 중화학공업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서 2.6% 늘었고 건설업은 비주거용 건물과 댐건설 등 토목건설이 늘어나 2.1% 성장했다.
서비스업은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상업유통의 활성화로 도소매업과 운수업이 각각 9.8%, 4.0% 성장했으나 외국인여행객 감소로 음식숙박업이 위축되면서 전체적으로는 0.7% 성장하는데 그쳤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KDI)선임 연구위원은 “남한의 원화 기준으로 본다면 남북의 차이는 100분의 1수준”이라며 “격차는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남북교역규모는 7억 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한에서 북한으로의 반출은 기업 등의 거래성 교역이 증가한데다 인도적 물자지원이나 식량차관 등이 늘어 17.5% 증가했고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반입도 농림수산물 매매와 섬유류의 위탁가공교역 증가로 6.5% 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