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해 수돗물 수년간 공급" 울산시민 집단 손배訴

761명이 국가·市상대 15억 배상 요구

울산시민 700여명이 수년간 인체에 유해한 수돗물을 공급해온 울산시 등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1년 낙동강 페놀사태 때와 94년 낙동강 벤젠ㆍ톨루엔 검출 당시 시민과 환경단체들이 오염물질 방류업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원수관리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낸 적은 있으나 수돗물 수질문제로 시민들이 집단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 울주군 천상ㆍ구영 지역 주민 761명은 25일 “인체유해물질이 검출 기준치를 초과한 수돗물을 그대로 먹어 환경권과 인격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울산시와 국가를 상대로 주민 1명당 200만원씩 모두 15억2,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소장에서 “2001년 6월 천상ㆍ구영리 주민 2만7,000여명에게 하루 6,000톤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범서정수장에서 구토 등을 일으키는 보론(붕소)의 수치가 기준치(0.3ppm)를 넘었으나 울산시는 수치를 조작, 환경부에 0.18ppm으로 보고한 뒤 오염된 수돗물을 식수로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본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2~3월 상수도사업본부와 보건환경연구원의 수돗물 검사수치 조작의혹을 잇달아 제기하자 자체 감사에 나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범서ㆍ농소정수장의 수질검사 수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고 연루직원 13명을 징계 조치했다. 한편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현행 수도법상 수돗물 검사수치 조작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는데다 오염수돗물 공급에 따른 배상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적인 절차를 통해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는 마무리됐다”며 “현행법상 국가가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금전배상 의무까지 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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