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대책 내용] 증자물량 자율규제등 수급개선 초점

주식시장은 22일 정부대책을 조롱하는 듯 했다. 개장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는 오후들어 낙폭을 더욱 크게 하는 모습이었다. 정부대책에 대해 「혹시나」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면서 실망매물만 더해 가는 모습이었다.정부의 이날 증시대책중 가장 눈에 띄는 대책으로는 뮤추얼펀드 만기연장 허용이지만 상당수 펀드가 마이너스 상태이고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청산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시장효과는 회의적이다. 증시관계자들은 미국금리 추가인상 기대·미국경제 경착륙(HARD LANDING)에 따른 아시아시장의 전체적인 약세 한국주식시장에 대해 싸늘해 지는 모건스탠리등 외국투자기관들의 평가 금융구조조정·경기의 불확실성 증대 워크아웃 채권의 부실채권화 가능성증대에 따른 금융기관 추가부실 예상 정부대책중 확실한 시장 수급불균형 해소대책의 부재 경기 상승세 둔화등을 이날 폭락원인으로 들고 있다. ◇증시 수급불균형 개선책=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날 밝힌 주식시장 수급불균형 해소대책은 우선 단기적으로 업계 자율의 증자물량 규제등 공급분산을 유도하고 뮤추얼펀드 만기연장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사주매입소각절차 간소화, 코스닥등록기업 대주주지분처분 제한등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냉하다. 당장 코스닥시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대규모 등록예정물량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코스닥에는 현재 약 350개 등록예정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시장에 이같은 대규모 신규물량이 나오면 시장이 힘을 못쓰는 것은 당연하다. 거래소시장과 관련해서는 앞으로의 물량조절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사상최대(33조원)로 나온 증자물량이 문제다. 재경부는 자사주매입소각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장기과제다. 국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증시는 이같은 사상최대규모의 공급물량 후유증으로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뮤추얼펀드 만기연장은 당장 증시에 호재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말까지 뮤추얼펀드 만기물량이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기연장은 기본적으로 주주(펀드 투자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상당수 뮤추얼펀드 자산운용회사들과 펀드 투자자들은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펀드를 청산하고 새출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기관 추가 부실채권 대비책=새한그룹의 예와 같이 중견그룹의 부실화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해당 채권금융기관들의 부실심화 우려가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 이에 대해 李장관은 『5월10일까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점검이 끝났고 청산할 곳이 있으면 청산하겠다』며 『화의,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서도 6월말까지 점검, 정리할 곳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추가부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李장관은 『대손충당금을 쌓을만큼 쌓았다』며 『조흥, 한빛, 외환은행도 스스로 부실채권을 노출시키고 이를 정상화하는 대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전반적으로는 최근 경기상승세 둔화에 따른 워크아웃 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상당수 워크아웃 채권이 부실채권화하면서 해당 채권금융기관들 역시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지분한도 확대=李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계 금융기관이 소유제한에 묶여 국내은행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은행 소유제한 4%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이번 임시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장관은 그러나 시장의 청문, 조사절차등 「스크린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李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금융지주회사방식을 통한 은행 합병과정에서 현행 4%의 동일인 소유지분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데 있어 지분 4%한도가 유지되면 경영권 확보가 되지 않는등의 문제로 매력이 없다. 따라서 비싼 값에 정부가 보유중인 은행주식을 매각하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는다는 차원에서 4% 한도의 완화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지배하는 일이 없도록 심사절차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은행 지분한도가 확대되면 증시에도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시장에 물량부담없이 매각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입력시간 2000/05/22 17: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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