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행땐 지방선거 부담" 판단

도덕성 앞세운 참여정부 리더십에 치명타
黨 원심력 더 가속화…조기레임덕 올수도
분권형 국정운영서 盧 친정체제로 바뀔듯

이해찬 국무총리가 1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정부중앙청사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조영호기자

이해찬 국무총리의 ‘3ㆍ1절 골프’ 회동이 결국 실세 총리의 낙마로 몰고 갔다. 총리 교체는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고 여당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나 경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해찬 총리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월 지방선거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여당의 사퇴 불가피론을 무시한다면 여권의 분열로 급격한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 총리의 교체는 참여정부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을 무기로 개혁을 외쳤던 참여정부로서는 개혁 당위론과 명분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DJ정부의 급격한 붕괴를 몰고 온 ‘옷 로비’ 사건의 진행과 성격이 흡사하다. 레임덕 현상이 흔한 집권 4년차라는 시점이어서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다. 5월 지방선거 이후 가뜩이나 커질 수밖에 없는 당의 원심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후임 총리의 인선과 앞으로의 국정 운영기조에 쏠리고 있다. 총리를 누구에게 맡기느냐에 따라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가름해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에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 총리가 환경부 장관 제청권을 행사한 뒤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며 “후임 인선은 시간을 두고 할 것”이라고 밝혀 인선이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후임 총리는 2007년 대선 직전 중립형 내각을 꾸리기 전까지 참여정부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완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극심한 인물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에 후임 총리가 누구든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에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노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곧바로 총리를 인선하지 않고 일단 총리 대행체제를 유지하다가 5월 지방선거 후 총리를 지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도 있지만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기조를 가다듬어야 할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후임총리로는 ▦실세 정치형 ▦실무 관료형 ▦거국 내각형 등 크게 3가지 타입으로 꼽을 수 있다. 실세 정치형은 노 대통령이 구상 중인 분권형 국정운영에 적합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부담이다. 국회의 총리 인준 청문회를 거치면서 정쟁에 휩쓸릴 소지가 크며 자칫 총리인준 거부로 급격한 레임덕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반면 실무 관료형은 정치권 부담은 적지만 양극화 해소, 사회 통합 등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끌고 나갈 추진력이 부족한 게 흠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중립ㆍ거국 내각형 총리를 지명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급격한 레임덕 현상을 초래하고 국정과제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의 탈당도 다음 수순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아직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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