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반대, 원정시위까지 해야 하나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산부 장관 등 5개 부처 장관이 공동명의로 담화문을 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다음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ㆍ미 FTA 1차 본 협상에 맞춰 100여명의 원정시위대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시위계획 철회를 촉구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원정시위대의 폭력시위로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원정시위가 자칫 미국과의 비자면제협정 추진에까지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월 초 미국 정부와 공동으로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국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가열됐을 뿐 아니라 지난 4월15일에는 서울의 대학로에서 격렬한 반대 집회도 있었다. 하지만 한ㆍ미 FTA에 대한 격론은 언제나 협상과 개방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와 찬성이라기보다는 순서와 속도에 대한 논란이 주류를 이뤄왔다. 또한 미국과의 FTA 체결이 성급하다는 주장의 저변에는 폭 넓은 사회 안전망이나 규제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결과적으로 한ㆍ미 FTA가 어느 수준에서 체결되느냐에 따라 득실이 다르다는 부분적인 찬성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한ㆍ미 FTA 문제를 놓고 극단적인 찬반을 유도해 갈등을 양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원정시위는 백해무익한 돌출행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역설적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온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한ㆍ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중도 우파 성향의 단체들은 도리어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념적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적전분열에 다름이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ㆍ미 FTA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로서도 수출 확대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한ㆍ미 FTA를 통해 도리어 생산성 증대 등 경제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익을 해치는 원정시위대 파견 방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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