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불리한 자동차 稅制

"1,000만원 남짓한 1,500㏄ 소형차는 보유세가 1년에 21만원인데, 2,000만~3,000만원 한다는 레저용 차량(RV)은 6만5,000원밖에 안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가격은 비싸도 유지비는 저렴한 레저용 차량(RV)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뒤 한 독자가 걸어온 전화내용이다. 실제 현행 자동차 세제나 제도는 30년 전의 틀을 그대로 둔 채 누더기식으로 땜질하다 보니 불합리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9인승 이상의 RV는 승합차로 분류돼 150만~200만원에 달하는 특별소비세도 붙지 않는다. 특소세가 일반적으로 고가품에 붙는 것을 감안하면 조세 역차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교적 소득이 높은 계층은 디젤용 RV를 구입, 저렴한 유지비 혜택을 누리면서도 환경오염 책임에서는 비껴 서 있다. 이는 선진국과 달리 매연 물질을 덜 발생시키는 휘발유 가격이 오히려 경유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경차나 소형차를 소유한 서민들이 부유층의 세금이나 환경오염 부담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또 관련 세금이 가격이 아닌 배기량 기준으로 책정, 부유층에 유리한 점이나 중형차 한 대에 1년간 붙는 세금이 4억원대 아파트보다 많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경유가격을 오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휘발유값의 80% 수준으로 현실화 시키고 9인승 이상 RV의 특소세는 2007년까지 일반 승용차 수준에 맞추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평등이 5년 뒤에나 해결된다니 서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복잡한 자동차 관련 규정은 디젤 차량 판매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업계간의 불필요한 갈등마저 초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을 똑같이 책정, 디젤 차량의 인기가 떨어지면 자동차 회사들이 정부에 로비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관련 제도를 한꺼번에 국제 기준으로 정비할 수는 없을까. 세수 감소나 환경단체의 반발, 일부 계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최형욱<산업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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