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게 경영도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은 보장되지 않는다. 인간의 노동력과 기계화가 생산성을 결정했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창의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경영 패턴이 바로 일과 재미를 결합한 이른바 ‘펀(fun)’ 경영이다. 재미있게 일하면 창의력과 혁신성이 저절로 높아진다는 것이 펀 경영의 핵심.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화두로 떠오른 펀 경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제까지 기업은 ‘재미는 어리석고 전문가답지 않은 것’ ‘직장에서는 금기사항’ 정도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직업관이 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는 일 이상의 것을 직장에서 찾는다. 재능 있는 젊은이를 회사에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조직이 되지 않으면 창의력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일과 재미의 균형을 이뤄 생산성ㆍ창의성ㆍ혁신성이 증가한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수산물 관련 업체인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사. 워싱턴주 시애틀 수산시장에 위치한 이 회사 사람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판매할 물고기를 던지며 놀이하듯 해 하루종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일을 하는지 장난을 치는지 겉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근무를 하는 동안 이들은 스스로 즐거울 뿐 아니라 주위로 웃음을 전파한다. 묘기를 부리듯 즐겁게 물고기를 파는 모습이 화제가 돼 이곳은 이미 변화를 꿈꾸는 기업가들이 한번은 들러야 할 명소가 됐다. 책은 일과 재미의 결합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과 그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이야기를 풀었다. CEO들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펀 경영의 잠재력과 이에 대한 노하우를 11가지도 소개한다. 업무에 재미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업무수행에 자유를 허락하는 것. 사업에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전부를 일에 바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재미는 계획을 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책은 어떻게 하면 직장 내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비결도 곁들인다. 즉흥성을 높여 직원들에게 흥을 돋우는 것도 한 방법.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도 과감히 자신의 몸을 던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2월 ‘펀 경영’에 대해 강의한 재미한국계 컨설턴트인 진수테리씨는 이민 초기 회사 직원들과 소통의 문제로 해고를 당한 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거리의 래퍼들을 찾아가 자신을 소개하는 랩을 지어 직접 부른 것. 자칫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은 망가진 그 모습으로 진수테리의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았다. 때로는 최고경영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직장의 분위기를 띄운다. 조직 내 재미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가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극ㆍ음악회 등 문화행사를 직장 동료들과 즐기며 즐거운 분위기를 창출해 낸 성공사례에서 강요된 웃음이 아닌 진정한 웃음으로 조직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행동(acting)’을 강조해 온 서구문화에 동양적인 가치인 ‘존재(being)’의 의미를 접목했다. 공격적이며 경쟁적이고 시간에 쫓기는 행동유형보다는 항상 재미가 있는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분위기 창출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이혜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