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세력, 민주당 의원들 위협

건보법 통과에 불만… 살해 협박까지

미국의 급진 보수세력들이 건강보험개혁법 통과에 불만을 토로하며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물리적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에선 살해협박까지 가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루이스 슬로터 의원(뉴욕)과 바트 스투팩의원(미시건)이 살해협박을 받았으며 누군가가 이들 의원의 사무실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벌여졌다고 보도했다. 슬로터 의원의 사무실에는 지난 19일 '자유를 지키는 과격주의는 악이 아니다'라는 글이 적힌 벽돌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됐다. 이 구절은 지난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극우 성향의 배리 골드워터가 했던 말로 유명하다. 미 하원이 건보개혁법을 통과시킨 지난 21일에는 뉴욕주(州) 민주당 위원회 사무실에도 벽돌이 날아들었다.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유권자운동 단체인 티파티(Tea Party)는 민주당 의원의 개인정보를 공개, 사실상 폭력 행위를 조장하고 나서 물의를 빚었다. 티파티 활동가인 마이크 트락설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토머스 페리엘로 의원(버지니아)의 가족 주소를 공개하며 "여기에 들러 건보개혁법에 찬성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이 주소로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편지가 배달됐고 특히 이 집의 가스 연결호스가 절단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신변위협 사례가 잇따르자 FBI와 의사당 경찰은 사태 전반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급진 보수세력의 과격한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원내대표는 "건보개혁법 통과 이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힌 (민주당) 의원이 10여명에 이른다"면서 "공화당이 (보수세력의) 이런 위협에 대해 강력히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짐 클라이번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침묵은 폭력행위에 동의하는 것"이라며 공화당의 미온적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은 이미 폭력적 위협행위를 비난했다"며 "미국인이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주당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최소 24가지의 건보개혁법안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건보개혁의 막판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만약 상원이 이들 수정안 가운데 하나라도 채택하면 건보개혁법안 전체가 다시 하원으로 넘어가 또다시 표결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 건보개혁법안의 논의는 과반수 확보를 필요로 하는 신속협상 예산법률에 의해 진행됐기 때문에 공화당이 마련한 수정안이 상원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현재 59석의 상원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이번 주 표결에서 공화당 수정안을 거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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