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투자 메리트' 엇갈려
2분기 영업익 4,000억대 "미래가치 부각"일부선 "내년 경기 하강, 실적 장담못해"
독자생존의 수순을 밟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이후의 실적을 자신할 수 없다"는 측과 "생존 확인에 따른 미래가치 부각"이란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단 하이닉스의 올해 2ㆍ4분기 실적은 지난 2000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매각협상을 타결했으며 신규 투자 개시 등으로 회생의 발판을 다져왔다. 특히 최근에는 숙원사업이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의 12인치 웨이퍼 중국공장 설립협상도 마무리돼 삼성전자ㆍ마이크론ㆍ인피니온 등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과잉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 ▦채권단의 경영간섭 등이 독자생존 수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 단기적으론 상승할 듯=오는 26일 발표되는 하이닉스의 2ㆍ4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1조3,500억~1조4,000억원에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2ㆍ4분기 중에 256메가 D램 등 주력 칩들의 평균판매가격(ASP)이 15%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소위 '대박'이 났던 2000년 3ㆍ4분기(6,0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며 전 분기에 비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ㆍ4분기에 이어 30%에 근접하고 있는데다 최소 올해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같은 이익률은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며 마이크론ㆍ인피니온 등 경쟁업체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송명섭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메모리 사업 매각대금을 이용한 CBO 확정으로 부채비율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라며 "12인치 중국공장 설립이 확정된데다 2ㆍ4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불투명하다=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전체적으로 반도체의 평균 판매가 하락이 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발달과 업체간 경쟁으로 평균 30% 내외였던 예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낙폭이어서 반도체 업체들로서는 호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구희진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은 좋지만 12인치 웨이퍼 투자는 늦었다"며 "설비과잉에 따른 반도체 경기하강이 우려되기 때문에 내년 이후 (삼성전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증가가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비록 이번 12인치 중국공장 투자에 채권단이 동의했지만 투자보다는 채권회수나 매각등에 1차 목적을 둔 채권단 중심의 비정상적인 경영구조 등이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내년 하이닉스의 출하 증가율은 33%에 그쳐 업계 평균(50% 정도)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
입력시간 : 2004-07-20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