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한미' '한미+하나' 주시[은행합병 막올랐다] 3. 우량은행간 합병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은행합병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결합과 우량은행간 결합이 그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를 섞은 「우량+공적자금 지원은행」 방식도 있다. 정부는 이중 우량은행간 합병이 2차 은행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우량은행간 자발적 합병을 통해 은행 덩치키우기와 성숙된 은행산업 발전방향의 모델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량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르면 다음달 중 우량은행간 짝짓기가 전격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우량은행이라고 영원한 것은 아니다=최범수(崔範樹) 금융감독위원회 자문관은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의 편차는 크지 않다』고 못박았다. 1조원 규모의 부실은 2년이면 털어낼 수 있고 우량은행도 자만하면 언제라도 도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우량은행을 들여다보면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는 한참 뒤진다.
우량은행이라는 주택·국민은행도 어정쩡한 소매금융 은행으로 남아 있는 상황. 보람과 합병한 하나은행이나 지난 2년간 제법 사세를 확장시킨 신한은행도 기반수신 등 기초체력에서는 여전히 선발은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수개월째 외자유치에 목을 매달며 뚜렷한 정상화의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독자생존이냐, 대세에 순응하느냐=건전성 평가를 통해 우량은행 대열에 편입될 수 있는 은행은 주택·국민·신한·하나·한미 등 5곳. 서슬 퍼런 1차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었고 리딩뱅크(선도은행) 자리를 넘보고 있을 정도다.
2차 금융개혁에 대비하는 이들 은행의 태도는 두 가지. 합병이 대세라고 판단,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은행과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은행 등이다. 독자생존을 고집하는 은행으로는 신한은행을 꼽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런 방침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은행·보험·증권·캐피털·투신운용 등 5개사를 지주회사 형태로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것.
나머지 은행 중 공격적으로 합병에 대응하는 게 주택과 하나은행.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은 이제 공공연히 합병대상 은행을 고르고 있다고 인정한다. 하나은행 또한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실무진들이 다른 은행과의 합병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황이다. 6~7개 은행을 합병대상으로 꼽고 검토작업을 벌였다.
이중 3개는 지방은행으로 올초 검토했으나 현재는 물 건너간 상태. 한미은행도 결국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 방안의 성공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동혁(申東爀) 행장도 이 점을 인정했다. 申행장이 「몸값(은행가치) 올리기」를 위해 합병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시중에서는 이미 주택·한미, 한미·하나은행의 결합 가능성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우량은행간 결합, 누가 신호탄을 올릴까=요주의 관찰대상은 주택과 하나은행. 국민은행도 합병의 주역으로 꼽을 수 있지만 엄청난 인력감축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올초 거론됐던 주택·국민은행간의 결합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 주택은 대신 신한·하나·한미은행을 대상으로 삼아왔다.
金주택은행장은 하나와의 결합가능성에 대해 『두 은행의 대주주인 알리안츠와 ING베어링이 모두 보험을 주업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알리안츠가 국내에 올 때 영업창구의 배타적 이용권을 갖기고 했다』고 밝혔다. 외국사의 기득권 지키기를 넘어야 하는 셈이다. 주택·한미은행간의 결합도 강도 높게 점쳐진다.
다음은 하나은행 변수. 하나은행은 지방 3개 은행 외에 신한·한미·외환·주택은행 등을 합병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도 마쳤다. 국민은행은 제외됐다. 흥미로운 건 외환은행이 끼여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부실이 부담되지만 정부지원이 있을 경우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할은=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두 가지. 자율적 은행합병의 신호탄은 우량은행이 올려야 하며 『공적자금 투입은 모럴 해저드 방지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합병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방침이다.
뭔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자금」을 통해 합병 때 후순위채 매입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우량은행끼리 합병할 때 잔존부실을 털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는 그러나 공공자금이라도 해당자금을 지원받으면 부실 금융기관의 흔적이 투영될 것을 우려해 우량은행들 스스로 지원요청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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