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와타나베 인터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주인공
"미국인 감독이 日역사 객관적 묘사 일본인들 감동"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색다른 접근으로 화제를 모으며 금년 아카데미 음향 편집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 영화에서 주인공인 일본군 사령관 쿠리바야시 장군을 연기한 켄 와타나베를 LA 베벌리힐스 포시즌스호텔서 만났다. 태평양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이오지마섬 전투를 다룬 이 작품은 얼마 전 한국에서 상영한 '아버지의 깃발'과 동시에 만들어진 자매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아버지의 깃발'을 통해서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는 전쟁의 아픔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 했다. 지난 2003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로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미국 영화계에도 이미 널리 이름이 알려진 그는 '61년 전의 적들끼리 협력해 영화를 만든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영화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다음은 와타나베 켄과의 일문일답. -일본어로 된 영화를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의 작업 경험은 어땠는가. ▦클린트와 미국인 제작진들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나는 일본어 대사에 대해 클린트와 일일이 상의했는데 그는 통역도 쓰지 않으면서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미국인이 일본인의 전쟁에 관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일본인들은 일본영화를 미국 감독이 만든 데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일본의 진실된 역사와 감정을 미국인이 묘사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큰 감동을 받고 있다. -영화 속 일본군들은 전쟁 중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자신들의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일본인으로서 당신은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오늘 날 많은 일본인들과 배우들은 그런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것이긴 하나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일본장군들을 생각하면 특히 중국과 한국등 아시아에서 저지른 만행의 장본인들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쿠리바야시 장군은 이와 정반대다. 그는 특이한 인물이었는가. ▦쿠리바야시는 매우 이성적이요 실제적인 사람이었다. 다른 장군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오지마전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오지마에 대해 말도 하지 않았고 글로 쓰지도 않았다. 그에 대한 교육이 전무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계기로 고등학교에서 이 전투에 대해 가르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오지마에 직접 가봤는가. 어떤 느낌이었는가. ▦우리는 촬영이 끝난 뒤 그 곳을 방문했다(영화는 대부분 아이슬랜드에서 찍었다.) 그리고 수리바치산에 올라갔다. 전쟁 후 시간이 멈춰 선 느낌이었다. 일본인들은 일장기를 미군묘지에, 미국인들은 성조기를 일본군 묘지에 꽂은 뒤 모두들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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