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이 지난 2012년 새누리당에 대선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대선자금 의혹은 '홍문종 의원, 2억원'이라는 성 전 회장의 메모 내용이 전부여서 그간 수사팀의 관심 밖에 있었으나 최근 비교적 구체적인 진술이 확보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관계자에 2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기초 사실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한 전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새누리당 관계자 김모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한 전 부사장의 존재조차 모른다"며 의혹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은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의혹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경남기업 내부 폐쇄회로(CC)TV 분석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면 선대위 관계자 김씨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한 전 부사장이 건넸다는 2억원이 성 전 회장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 대선자금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한 2억원과 같은 금품인지 조사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 의원에게 2억원 정도 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 수사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홍 지사 1억원 수수 의혹' 부분은 금품 전달이 있었던 구체적 시기와 전달 장소에 대한 파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남기업 전 부사장이자 홍 지사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윤승모(52)씨를 4일 세 번째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르면 이번주 안에 홍 지사를 직접 불러 의혹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