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닉스 사업분할 승인3자매각-독자생존 가능…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
'이사회의 반란'으로 안갯속을 헤매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가 가까스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9일 하이닉스 이사회가 채권단의 사업분할 방안을 '승인'함에 따라 하이닉스는 이제 2개월 가량의 숨가쁜 '쪼개기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업분할은 최종 지향점이 아니다. 정부ㆍ채권단과 회사측 모두 법정관리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절반의 타협'으로 시간을 벌었을 뿐 정부 뜻대로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려면 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 실현가능성도 절반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이닉스는 가장 큰 변수인 D램 값이 하락추세인 상황에서 상당 기간 살얼음판 행보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무늬 맞추기' 구조조정 방안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사회가 분할안을 승인한 뒤 "독자생존안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형식만 바뀌었을 뿐이지 제3자 매각이라는 지향점은 변한 게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하이닉스측은 정반대다.
채권단의 분할안과 회사측의 '비메모리 부문 역계열 분리 후 매각, 독자생존' 논리와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비메모리 매각 등 구조조정에 성공할 경우 채권단도 더 이상 메모리 잔존법인의 매각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도 발표문에서 "구조조정특별위원회의 구조조정안에 이사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였으며."라는 대목을 삽입, 이사회가 계속해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쥘 것임을 강조했다.
▲ 분할안 하드웨어, 오는 6월 말까지 마무리
채권단은 이번주 안에 자문사를 선정해 분할을 위한 한달여 실사작업에 들어간다. 실사제안서를 보내온 곳은 ▲ 안진회계법인 ▲ 모건스탠리 ▲ 아서디리틀(ADL) ▲ 도이체방크 ▲ UBS워버그 ▲ 맥킨지 등 6개.
채권단은 6월1일 이후 보유 전환사채(CBㆍ2조9,000억원)를 출자전환해 70% 이상 지분을 확보한다. 이후 채권단에 우호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6월25일까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계획.
이어 실사기관이 마련한 분할안을 채권단 회의를 통해 확정한 뒤 6월 말께 하이닉스 이사회를 거쳐 분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 분할안의 골자는
실사기관의 사업분할안은 하이닉스의 중장기 구조조정 방안을 망라하게 된다. 소액주주의 감자방안도 담긴다. 관심은 분할방식. 채권단의 의중을 보면 ▲ 메모리(유진공장과 팩키징ㆍ테스팅 부문 별도 분할ㆍ분리 검토) ▲ 비메모리 ▲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 기타 비영업 부문 등 크게 4개 부문으로 쪼개질 것으로 보인다.
매출로 보면 메모리(70%)가 '몸통'이고 비메모리(15%), LCD(10%), 기타(5%) 사업부문은 곁가지다.
이에 따라 메모리 부문은 정상화와 매각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채무재조정 작업도 필요하다. 비메모리 부문은 조기 매각작업을 밟는다. 상당 부분은 이미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종섭 이사가 이미 비메모리 매각을 위해 1~2곳의 해외 컨소시엄과 접촉 중이다.
전략적 투자형태가 될 수도 있다. LCD부문(하이디스)은 매각협상을 추진해왔던 타이완 캔두사와의 매각이 불발됐고 최근 혼하이컨소시엄과의 매각도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 다행히 시황이 좋아 매각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분할형태는 '물적분할'이 유력하다. 다양한 사업부문의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부채탕감 등 채무재조정 플랜은 물론 소액주주의 감자와도 연관돼 있다.
현재 하이닉스의 총자산은 13조4,700억원, 총부채는 8조4,800억원에 달한다. 메모리 부문이 영업자산 7조300억원, 영업부채 7,600억원이고 비메모리 부문은 영업자산 1조7,000억원, 영업부채 3,000억원이다. 나머지 비영업 부문은 자산 4조7,400억원, 부채가 7조4,200억원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핵심은 매각대상 회사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각대상 사업의 부채를 최대한 탕감하고 청산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뒤 부채를 몰아넣어 부채탕감 효과를 거둘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