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은행계 카드사인 삼성ㆍ현대ㆍ롯데카드 등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각기 다른 3색의 휴가 풍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은 지난 연초에 이미 올해 자신의 휴가 일정을 비롯한 올해 말까지의 주요 일정을 꼼꼼히 체크해 임직원들에게 공개했다. 이는 임직원들이 CEO의 일정을 몰라 언제 휴가를 가야 할지 눈치를 보지 말라는 배려의 차원이다. 아울러 그가 365일 내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된 공정대로 반도체 공장 등을 돌려야 했던 삼성전자 경영인 출신인 탓에 몸에 밴 ‘시나리오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여지고 있다. 삼성카드의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새해가 시작되자 오는 8월 초 자신이 5일 정도 여름휴가를 쓰겠다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 송년회 행사를 언제 하자는 것까지 다 짜서 임원들에게 열람시켰을 정도”라며 “그에 맞춰 임직원들도 맘 편히 휴가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최 부회장의 시나리오식 경영과 반대로 자유분방한 경영스타일을 선호한다. 정 사장은 아예 임직원들이 자신의 일정에는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자신의 스케줄 대로 업무와 휴가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주요 연간 일정은 거의 극비 수준인데 정 사장이 이달 초 자녀가 유학 중인 미국 등을 경유해 여름 휴가를 다녀온 것조차도 사내 일부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전혀 모를 정도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은 임직원들이 일을 할 때뿐 아니라 쉴 때도 윗사람 눈치를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사장은 심지어 휴가나 해외 출장 중에도 온라인시스템을 통해 사내 업무를 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마치 사장이 1년 365일 일하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라며 “그만큼 임직원들은 휴가철이라고 해도 기강이 해이해질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 경영을 중시하는 만큼 자신의 휴가 계획도 그룹과 연동해 짜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그룹 총수 등이 국내에 머물며 주요 계열사 CEO들로부터 각각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업무계획 등을 보고받기 때문에 박 사장도 7월 휴가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 사장 휘하의 임직원들도 가능하면 7월 휴가는 자제하고 8월부터 여름 바캉스를 쓰고 있다.
롯데카드의 한 관계자는 “8월에 임직원들의 휴가가 주로 집중되므로 여름 휴가철이 보통 2~3달에 걸쳐 늘어지는 타사보다 바캉스 후유증 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