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중국 화장품' QR코드로 걸러낸다

'마유크림' 대히트 스카비올라… 조폐공사 첨단예방기술 도입
전용앱으로 간편하게 진위확인… 中시장 '가짜제품 리스크' 덜어
K뷰티 中企까지 확산 청신호

지난 12일 인천 송도 스카비올라 본사 회의실에서 중국 파워블로거들이 인기 화장품 '마유크림'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스카비올라

"화장품 용기 윗면에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정품확인이 되는 거죠?"

지난 12일 인천 송도 스마트 밸리에 있는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스카비올라 본사 세미나실. 중국에서 하루 10만여 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카비올라의 미백크림 제품 설명이 끝나자 중국의 유명 파워블로거 3명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은 제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법과 안전한 구매 채널 확보방안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블로거들은 샘플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사진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이들은 제품 리뷰 한 건에 약 1,000만원의 게재료를 받고 페이지뷰 역시 평균 수백만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유명인사다. 중국 내 한국 짝퉁 화장품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은 특히 정부의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는 이경훈 스카비올라 대표의 설명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중국 위조 상품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소 화장품 업계가 정부와 기술 공유로 새로운 해결책을 선보여 화제다. 중국 화장품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가짜 제품'의 늪으로부터 벗어날 대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국 내 K-뷰티 바람의 온기가 국내 중소업계에도 본격적으로 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결책의 주인공은 한국조폐공사의 위조화폐 예방 기술인 '히든QR코드'다. 스카비올라는 5년 간 사용료를 내고 이 기술을 사용하기로 조폐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 기술은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QR코드가 숨겨져 있어 전용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정품 인증과 제품 설명서 확인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 회사에서 지정한 인쇄소에서만 스티커를 생산하는 만큼 스티커 부착이 안됐거나 설사 부착됐더라도 QR코드가 인식되지 않는 제품은 모두 짝퉁이 되는 셈이다. 소비자는 진위 여부 확인이 쉽고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별다른 생산비용이 추가되지 않아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도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조폐공사에 적극 문의했다는 후문이다. 히든QR코드가 시중에 처음 선보이는 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한 기술 한 품목' 원칙에 따라 스카비올라에만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그동안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짝퉁 화장품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중국 화장품시장은 인지도가 확보가 중요한데 중소 화장품 제조사의 경우 제품이 인지도를 쌓기도 전에 짝퉁 제품이 활개를 쳐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홍채연 스카비올라 이사는 "우리 회사 제품의 경우 시중에 유통된 70%가 위조품이고 최근에도 1~2주에 한 번씩은 위조품 생산공장이 적발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조 상품 감별 기술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성공리에 안착하면 K-뷰티 바람이 중소업계에도 본격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패션&뷰티 파워블로거이자 텐센트 전속 메이크업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리치탄씨는 "그동안 중국인 소비자들로부터 한국산 화장품 진위 구별법에 대한 문의를 끊임없이 받아 개인적으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며 "아직까지는 한국의 일부 대기업 브랜드만 중국에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지만 중소 제조업체들도 짝퉁 문제를 해결하고 공신력 있는 유통채널에서 제품을 선보인다면 대기업 못지 않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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