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리아보증보험'

「코리아」라는 단어는 분단과 화합, 통일을 동시에 상징한다.외국에 나가 국적을 코리아라고 하면 상대방의 조심스런 질문이 돌아온다. 남과 북 어느 쪽이냐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코리아는 분단과 갈등의 현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리 자신은 다르다. 코리아는 남과 북이 공유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최소공약수의 하나다.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간극을 코리아는 쉽게 메워준다. 남북한 축구단일팀의 이름도 코리아였다. 오는 25일 출범할 보증보험사의 회사 이름이 「코리아보증보험」으로 정해졌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만 남긴 상태다. 어감(語感) 만으로는 얼핏 그럴 듯 하다. 그런데 「코리아」로 통합된다는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 두 회사의 처지와 통합과정을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 「코리아보증보험」은 합병을 앞둔 두 회사간의 갈등과 상호 견제, 이기주의가 낳은 부산물일 뿐이다. 합병회사 이름으로 자기 회사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자고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영문표기상 공통점인 코리아로 「낙착」된 것이다. 문제는 절충의 대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간판 교체나 서류양식 교체에만 무려 25억원이 든다는 분석이다. 부실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해 놓은 각종 서류까지 모조리 바꿔야 하기 때문에 회사이름 변경과 관련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원칙대로 했다면 이들 회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부실이 4조원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보증보험사가 퇴출될 때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공적자금 1조원을 투입해 연명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런 회사들이 엉뚱한 자존심 때문에 이름을 놓고 실랑이를 벌여 수십억원을 날릴 판이다. 더 한심한 것은 당국이다. 금감위는 코리아보증보험이라는 상호를 승인할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이든 한국이든 지금 이름을 그냥 쓰면 왜 안되나? -권홍우 정경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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