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구미권 영화계는 다음 타깃으로 동양을 삼은 듯 하다.
최첨단 화기에 질린 블록버스터가 동양 무술로 눈길을 돌린 지는 이미 오래. 동양의 정서와 정신도 그네들의 눈높이로 다양하게 해석, 각종 영화에 차용돼 왔다.
30일 개봉할 `구루`는 인도 문화와의 접목을 스크린에 옮긴 로맨틱 코미디물.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와 로맨틱 코미디물로 유명한 영국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합작한 작품이다.
인도에서 마카레나 춤 강사로 일했던 청년 라무 찬드라 굽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허름한 월세 방에서 고된 식당 일로 연명해야 하는 게 그의 현실. 좌절과 실의에 빠진 라무는 고민 끝에 한 영화사의 문을 두드리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포르노 영화 전문 제작사다. 대중적인 포르노 문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린 주인공이 미국이고 보면 이것은 일종의 `문화 접변`인가.
그러던 라무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음식 시중을 위해 들른 뉴욕 갑부들의 파티장에서 얼떨결에 인도 수행자 스와미부의 대역을 맡게 된 것. 파티장의 인도인들을 그저 `웨이터`로 여기던 이 사람들은 터번을 두르고 나타난 라무에게 대번 `구루`(영적 지도자) 대접을 해 준다.
이때부터 라무가 설파하는 경전은 상대역 포르노 배우 샤로나에게 들은 것. 다시 말해 순전히 미국적이지만 상류층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위선과 허위 의식을 적당히 포기해도 되는 일종의 `해방`으로 다가온다. 라무가 추는 `마카레나` 춤마저 이들에게는 신령한 심령 춤처럼 느껴진다.
실상 인도는 수 천년을 헤아려 온 문화적 전통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국가. 화려하고 현란한 전통 춤을 지닌, 동양 섹스 문화의 근원쯤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도 문화란 그저 현란한 `겉옷`에 가깝다. 그네들에게 동양 콘텐츠란 대입하기만 해도 독특함으로 승부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깊이 있는 이해가 뒤따르지 못한 차용은 이 영화가 말하듯 그저 `자승자박`에 가까운 일일 뿐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