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동차 공장] "값만 싼 車는 안팔린다" 전직원 '품질혁신' 한뜻

매년 매출액 8% 기술개발에 투자… 최첨단 시스템·공법 도입도 박차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 안팅의 상하이-폭스바겐 3공장.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품질은 상하이 폭스바겐의 생명이다’는 큼지막한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품질향상을 향한 상하이자동차(SAIC)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파사트’, ‘스코다’, ‘투란’ 등을 생산하는 폭스바겐의 라인에 들어섰다. 레이저용접장치, 공정별 컴퓨터 모니터링 시스템 등 국내 자동차 공장에서 봤던 품질관리 시스템들이 곳곳에 갖춰져 있었다. 또 12년 이상 차체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프레스공법 등 세계적인 자동차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 공법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상하이-폭스바겐 한 관계자는 “공장 바로 옆에 갖춰진 중국 최대규모의 프루빙그라운드에 30여개의 도로상황을 조성해 내구성을 점검하는 등 품질향상을 위해 회사와 모든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인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품질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값만 싼 자동차는 더 이상 사지 않기 때문. 이런 변화는 중국 현지 자동차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으로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SAIC은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중심에 서 있다. SAIC의 품질강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는 경영진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다. 천홍 SAIC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가격만 보고 자동차를 사지 않는다”며 “SAIC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선진기술 도입을 통한 품질향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초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브랜드 롱웨이(Roewe)를 시작으로 기술개발을 강화해 오는 2011년까지 20개의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SAIC은 하이브리드 등 차세대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8%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내년에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고 오는 2010년에는 1만대 가량을 양산하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세워 놓았다. 왕다종 SAIC 부사장(기술개발최고담당자)은 “SAIC의 전체 연구개발 인력 중 10%를 신엔진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며 “기술력 강화를 위해 ▦우수인력 유치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엄격한 기업문화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사장은 25년간 미국 GM, 델파이 등에서 기술개발에 몸담아 왔지만 최근 SAIC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로 SAIC의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SAIC 한 관계자는 “우수한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각 기업들이 일자리 알선, 정착자금 대출, 강력한 인센티브 등 강력한 유인책을 쓰고 있어 최근 해외에서 일하던 우수한 중국 엔지니어들의 유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SAIC과 중국 소비자들의 접점인 대리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롱웨이 전문브랜드 매장은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VIP고객서비스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고 있었다. 롱웨이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행, 재테크 강좌 등을 정기적으로 펼치고, 매장에서는 판매ㆍASㆍ고객상담 등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야오원 영업소장은 “롱웨이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고소득층으로 가격 보다는 품질과 서비스를 중시한다”며 “롱웨이는 2,500cc급 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들과 비교할 때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SAIC의 기술수준이나 브랜드파워는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품질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류정봉 쌍용차 중국사무소장은 “완성차 업체가 120여개에 달하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요한데 그것이 품질향상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은 한국의 자동차들의 품질력이 중국 차에 비해 뛰어나지만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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