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면서 원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ODA 추진체계 논의에도 탄력이 붙었다.
올해 초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동료검토 보고서도 지적했듯 원조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중복 사업의 부작용을 낳는 고질적인 'ODA 분절화' 문제는 무엇보다 시급한 개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외원조 연 2조원,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주제로 ODA 토론회를 열고 원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ODA 추진체계의 개선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의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해 ODA 관련 정부, 학계, 시민사회 관계자가 한데 모인 자리였다.
박 부의장은 "원조의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이 중요한 전환기"라며 "우리는 OECD DAC의 권고에 따른 국제 규범을 지키면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원조정책과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여러 ODA 추진체계의 유형과 독일, 캐나다, 일본의 ODA 추진체계 개편 사례를 살펴보며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손 교수는 ODA 정책과 집행의 분산 정도에 따른 9개의 유형을 제시한 후 정책과 집행을 모두 통합하는 안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은 유·무상 정책 기능을 조정하고 집행은 분산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즉 여러 부처의 원조사업을 무리하게 통합하기보다는 현행 국제개발협력위원회와 국무총리실의 조정 기능을 강화해 사업과 예산의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은 점진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어 "추진체계의 개선 논의는 개별 부처의 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국민이 공감하고 효과성과 책무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개선 방향에는 다소 이견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점진적인 '절충형' 개선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유·무상 원조가 통합된 일원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원조 효과성 극대화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ODA 역사와 정부조직 현황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할 때 급진적 통합보다는 점진적 접근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함미자 경희대 교수는 "ODA 추진체계 논쟁에서 원조기관, 학계, 시민단체의 의견은 수렴되는 반면 가장 큰 수요자인 기업은 배제되고 있다"며 "국내 ODA 생태계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포럼을 조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