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브랜드전쟁] 1. 글로벌 경쟁력의 출발

"국가 이미지가 제품경쟁력 결정한다""지구촌 소비자는 상품의 질, 가격을 따지기 전에 어느 나라에서 만든 제품인가를 먼저 살핀다. 이제 국가이미지는 그 나라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결정한다"(올해초 한국언론학회가 발행한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해외홍보전략'보고서중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한국산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어느새 세계 초일류브랜드 대열에 합류했거나, 정상 일보직전에 있는 토종브랜드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코리아'는 까마득히 아래턱에 있다. 해외 현장에서 파악한 국가 이미지는 정상으로 향한 기업브랜드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느낌이다. 서울경제신문이 '도약 한국'을 위해 연중기획으로 시작한 '경제 8강을 향하여', '허브코리아, 아시아의 중심국이 되자'에 이어 세계 각국이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펼치는 노력을 5회에 걸쳐 현장 취재함으로써 21세기 한국이 펼쳐야할 미래상을 살펴본다. 폴란드에선 한국산 모니터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현지시장 점유율 1위는 LG전자(18%). 2위는 삼성전자(16.8%)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시장점유율 6.1%)나 일제 소니(5.2%), NEC(5.2%) 등은 멀찌감치 뒤쳐져 있다. 이쯤되면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얻을법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해도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코리아 브랜드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품질과 디자인, 내구성 등 제품 자체의 매력을 앞세우고 점차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입니다."(김영대 LG전자 폴란드 판매법인장) "현지에서 삼성브랜드는 소니나 톰슨 등 일류 브랜드로 대접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삼성을 일본회사로 생각하는 눈치입니다."(톨벤 안데르센 삼성전자 덴마크 판매법인장) 쉽게 말해서 아직은 한국산이라고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눈을 돌려 일본,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를 보자.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 들어서면 같은 품질의 제품도 어느나라에서 만든 것이냐에 따라 대접이 다르다. 옷가지 하나라도 '메이드인 저팬'이나 '메이드인 USA'는 한국산에 비해 줄잡아 20~30% 비싼 값이 매겨있다. 글로벌 단위의 무한 경쟁시대에 마지막 승부수는 국가 브랜드가 됐다. 지구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내고, 수출을 늘리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바탕에는 여지없이 '보이지 않는 국가 이미지'가 작용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이 거점을 마련하고, 관광객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키 포인트도 국가 이미지다. 세계는 이미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독일은 국가 공식홍보를 위한 공보관과 별개로 독일 문화를 전달하는 괴테문화원을 76개국, 128곳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사용하는 1년 예산은 평균 2,000억원. 우리나라가 해외홍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1년 예산 120억원의 16배에 달한다. 한국주재 독일문화원의 경우 1년에 50여회의 각종 행사를 소화할 정도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시간 현재도 전세계 총 3,400여명의 직원들이 독어 보급과 독일문화 전달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독일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물쓰듯 쏟아부으면서 얻으려는 것은 딱 한가지. 문화선진국 독일의 이미지다. 호주는 관광산업이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라는 현재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환경선진국'이란 국가브랜드를 착실히 구축하고 있다. 호주는 이미 지난 94년부터 통상장관, 무역진흥공사, 관광청, 민간업체 대표로 구성된 '마켓 호주(Market Australia)'를 가동하고 있다. 마켓 호주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파트너십 호주'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마케팅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호주의 관광상품을 전달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최근에는 전세계 주요국 언론인들에게 '호주 테마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청이 주도하고 있는 이 테마여행는 호주를 배경으로 각국 언론이 특정한 테마를 집중 취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년에 평균 600명 이상의 해외 언론인이 다녀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호주 자체에서는 연간 3억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밖에 '디지털 지식강국', 'IT허브국가'를 표방한 아일랜드, '유럽의 관문'을 기치로 내세운 네덜란드, '소프트웨어 중심국가'를 자임하는 인도, '차세대 성장엔진'의 위상을 다지고 있는 중국 등 지구촌의 모든 국가가 이 순간에도 쉼없이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는 "코리아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바람직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자세가 필요하다"며 "호주나 아일랜드, 싱가포르와 같이 국가 이미지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민ㆍ관 합동의 별도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형기팀장 이규진기자 홍병문기자 전용호기자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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