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풍향계] 금리 하락 일단락…횡보국면 가능성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움직였다. 2월말 4.8% 초반에 머물렀던 지표금리는 지난 주초 5.0%대 중반까지 상승했고, 전주 말에는 다시 4.9% 초반으로 하락했다. 올들어 꾸준히 하락하기만 하던 금리가 2월말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하고 있어 FRB가 정책금리를 최소한 2차례 이상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3월초 정책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이 향후에도 통화긴축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90년대 초반 이후 오랜기간 동안 팽창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중앙은행이 양적완화정책과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것이란 예상도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처럼 해외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취할 경우 한국은행도 보조를 같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의 변경이 채권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임은 물론이고,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국제적 펀드들의 투자전략 변경을 초래하게 될 해외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역시 커다란 이슈임에 틀림없다. 3월 들어 외국인이 채권, 주식, 외환시장에서 동시에 매도를 기록하고 있어 국내외 통화정책 변경 우려는 지표금리에 강한 상승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9일 열린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동결됐고, 한은 총재가 글로벌 통화긴축기조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정책 포기를 선언했지만, 제로금리정책은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외 통화정책관련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완화되며 금리는 하향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지표금리는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올 초에 나타났던 금리의 일방적인 하락세가 재연되기는 장애요인이 많다. 우선 국내외 통화정책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3월 하순에 열릴 FRB회의에서 미국 정책금리가 4.75%로 인상될 것이 확실시 되며, 글로벌 경제지표의 개선은 수시로 유럽과 일본의 통화긴축 우려를 되새기게 만들 것이다. 국내 콜금리가 조기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4월에는 금통위 구성멤버에 변화가 생기며 신임 한은총재가 취임할 것이고 5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등 몇가지 이슈가 있지만 해외 주요국, 특히 미국 정책금리와의 격차 확대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2월부터 다시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경제지표의 개선, 채권 투자자금 유입 지연 등도 금리하락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1~2월에 진행된 금리의 하락세는 일단락되고, 앞으로 다소 넓은 범위에서 금리가 등락을 보이는 중기 횡보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