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리스크극복 상품 강화 "北핵실험등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험 대비하자"은행, 정치·외교적 이슈등 수치화 시도해외펀드·금등 안전투자상품 판매 적극 최원정기자 abc@sed.co.kr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를 줄여라."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 변화가 금융시장과 상품에 주는 위험도가 높아짐에 따라 금융권이 지정학적 리스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북한과 주변 강대국의 정치ㆍ외교적 이슈를 계량화해 지수화하며 지정학적 변수에도 안전한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높아지는 지정학적 관심=지정학적 문제는 지난 90년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글로벌 단일 경제가 형성된 후 부각됐으며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금융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정학적 이슈는 주가나 상품가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뒤흔들고 있다. 예컨대 98년 인도와 파키스탄간 핵갈등이 고조되면서 이 지역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 두 나라 주식시장이 이 해 연말까지 각각 30%와 46%까지 하락해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또 올 들어 1월 온스당 500달러 초반이었던 금 선물가격은 5월에는 온스당 70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중동 지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 발표로 국내 금융시장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지만 다행스럽게 하루의 쇼크로 그치고 투자심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고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물리적으로는 서울에서 평양의 거리가 뉴욕보다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서울~평양이 훨씬 멀게 느껴진 것 같다"며 "북핵 이슈에 따른 불안감이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억제돼왔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 소식에도 불안감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량화 시도=금융권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을 정확히 계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이를 계량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은 주가지수와 금가격 등 계량화가 가능한 지수들이 과거 전쟁이나 비상사태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분석해 지정학적리스크지수(Geopolitical Risk Index)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지수는 최근 9ㆍ11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 최고조로 올라갔었다. 국내은행들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가들의 움직임에 의존하거나 해외의 지수를 활용, 지정학적 리스크에 반응했지만 한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스크 지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리스크 극복 상품에 주목=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국내에서도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상품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인도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나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골드 펀드 등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재열 신한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질 경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해외시장 투자펀드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권의 마케팅에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금 펀드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력시간 : 2006/10/11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