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원조는 중세유대인"

유대 5,000년사.'탈무드' 등 성공비결 소개 ■ 세계 최강성공집단 유대인 (막스 디몬트 지음/동서문화사 펴냄) 다음 사람들의 공통점은? 칼 마르크스,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커크 더글러스, 우디 앨런, 찰리 채플린은? 앞은 사회주의 정치사상가이고, 뒤는 미국의 영화배우. 정답이다. 그러면 앞뒤 모두의 공통점은? 답은 '유대인'이다. 이밖에 경제분야의 로스차일드ㆍ듀퐁ㆍ시트로엔ㆍ머독ㆍ소르스ㆍ골드만 삭스를 비롯해 스피노자ㆍ베르그송ㆍ비트겐슈타인ㆍ촘스키(철학), 뉴턴ㆍ아인슈타인ㆍ오펜하이머(과학), 멘델스존ㆍ쇼팽ㆍ말러'발터ㆍ거슈윈(음악)ㆍ피사로ㆍ모딜리아니ㆍ샤갈(미술) 등 걸출한 유대인들은 수두룩하다. 유대인의 힘은 과거 인물들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은 상위 부자 400인 중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상위 40인에서는 42%나 된다. 단일 민족에 이렇게 힘이 몰려 있으니, 유대인이 미국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삼단논법으로 보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미국이고,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유대인이므로, 유대인은 세계를 지배하는 셈이다. 그러니 유대인을 모르고서야 어찌 현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유대인은 수천년간 유랑민으로 세계를 떠돌며 온갖 박해에 시달렸다. 그 시련 속에서 유대인은 특유의 상술로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자본주의를 창시했으며, 각 분야에서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그 성공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미국 역사학자 막스 디몬트의 '세계 최강성공집단 유대인'은 유대 5,000년 역사를 담은 책. 저자는 처참한 부랑민의 삶에서 수 천년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끝내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민족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유대인의 힘은 '탈무드'와 '토라'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탈무드는 유대의 종교적ㆍ비종교적 각종 관습과 규율을 적은 책이고, 토라는 구약성서 중 모세오경을 말한다. 특히 탈무드는 유대인의 역사 항해에서 밤하늘을 지켜준 별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유대인은 '탈무드'로 서로를 결속하고, 자손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는 것.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고독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유일자인 자기 자신을 지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방식으로 속죄해야 하며, 인생에서 자신을 엄하게 지키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탈무드의 한 대목이다. 이 같은 탈무드의 정신을 피터 드러커는 '인간적 경영학'이라 불렀고, 디즈레일리 전 영국 총리는 '원칙 있는 자존심'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강성공집단 유대인'은 유대의 5,000년을 고난의 역사로 그린다. 역사 초기 1,700년간 약소민족으로 주변민족에 시달림을 받고, 그리스ㆍ로마의 압제 끝에 기원전 7세기 예루살렘에서 내침을 당한다. 7세기 이슬람교 창시, 중세 서양의 암흑시대도 엄청난 시련이었다. 그러나 히틀러의 극악한 탄압까지도 물리치고, 마침내 이스라엘 국가를 재건한다. 이 책은 '유대인이 자본주의를 창시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의 '유대인과 근대 자본주의'(1911년)에 근거해 논ㄹ를 편다. 유대인은 일찍이 유럽 중세기에 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비공식 어음교환소를 설치하고, 대부나 약속어음의 유통업무를 보았으며, 이는 근대 자본주의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이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유대인과 유대인, 유대인과 국가, 유대인과 비유대인 사이의 상거래 활동을 규정한 탈무드가 국제법 역할을 했으며, 봉건체제의 제도적 소외로 상업과 전문직에 종사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유대인이 자본주의를 창시를 돕는 요인이었다고 설명한다. 책을 요약하자면, 유대인의 성공 요인은 탈무드이다. 유대인은 탈무드에 입각해 5,000년간 한결 같은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고수하면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렇다고 '전통고수'만이 그들의 힘인 것 같지는 않다. 유대인은 세계 각지 각 시대의 천차만별의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해 내는 또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수 천년 억압 속에서 고통을 받아왔던 그들이 현재 거꾸로 다른 민족에게 억압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역설도 꼭 기억할 일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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