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요즘 바쁘다. 군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를 조사하랴, 그에 따른 대책을 발표하랴, 눈코 뜰 새 없어 보인다. 특히 국방부는 ‘인분(人糞) 사건’ 등 사고가 터질 때마다 다양한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경기도 연천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따른 대책은 그중 하이라이트다.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과 체형에 맞도록 최전방 GP를 개조하는 현대화 작업 등은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GP 환경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팀까지 국방부 내에 새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 비친 국방부의 대책은 일단 비난은 피하고 보자는 일회성 구호이자 사후약방문으로 비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동안 군이 국민의 변화된 정서와 높아진 의식에 눈을 감고 있었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병사는 개인주의적이고 개성이 강한 신세대로 채워지고 있는데 군조직과 시설은 권위주의시대의 수준에서 한치도 전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많은 국민들이 ‘세상은 21세기인데 군은 20세기’라는 말에 공감을 표시할 것인가.
‘군내 사망 사고가 날 때마다 제도나 규정을 고쳐서라도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다짐과 약속도 잠시, 군에서의 각종 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비아냥이라면 지나칠까.
이번 연천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도 군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오락가락한 사건 조사 결과 발표는 그간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군의 경직성을 확인시켜줄 따름이었다.
이제 군은 변해야만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의 특성을 백번 이해한다 해도 이제는 바뀌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연천 총기난사 등 일련의 사건에서 나타났듯 새로운 리더십과 병영 환경 개선을 포함해 군 전반에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건 발생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일선 부대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한 후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보내야 효과가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할 시점이다. 지난 과거에서 배우는 것 없이 실수를 되풀이 하면 ‘국민의 군대’가 될 것이라는 다짐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