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소재강국으로] <1> 세계는 소재산업 전쟁중

日·獨 등 20년전부터 국가차원 지원
日, 정부주도로 소재산업 중심 산업구조 육성
獨, 20년동안 지원 예산만 무려 11조원 달해
中·印 등 후발국도 선진국 투자유인 정책 박차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산업. 하지만 반도체의 핵심소재로, 벽돌의 재료인 규사(모래)를 원료로 제조하는 실리콘웨이퍼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기준 5조7,000억원대의 세계시장 65%를 장악하고 있는 신에츠화학 등 일본 업체들의 실리콘웨이퍼 공급 없이는 한국 반도체산업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 IT, 화학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국내 산업들까지도 이처럼 핵심소재를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불완전한 일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2,500억 달러에 달했지만 그 이면에는 대일 무역적자 243억 달러라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 숨어있다. 핵심 설비와 부품소재 등을 절대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이처럼 국내 산업은 소재분야의 대외의존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독일은 물론 중국 등 우리의 경쟁 국가와 그 기업들은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하고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0년 들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일본 후지필름은 사진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필름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후지필름은 설비투자를 늘리며 다시금 사세 확장에 나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편광판용 보호필름(TAC)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다. LCD TV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 지난해 후지필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유지녕 LG화학 기술연구원 부사장 “가격하락으로 세계 디지털 시장에서 고전해왔던 일본 정부가 2000년 들어 소재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후지필름의 경우 일본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큰 도움이 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하에 소재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 내 전체 제조업 생산의 33% 이상을 소재산업이 담당할 수 있도록 국가적 정책 지원 등이 뒷받침될 정도다. 이는 완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원료인 소재의 원천기술이 향후 세계 산업을 석권하는 잣대로 부각되고 있는 결과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원료의 기술적 우위를 중요시 하는 소재산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김광진 요업연구원 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01년 한 해 예산만 1조원에 달하는 산업기술 종합연구소(AIST)를 설립했다”며 “기초소재의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세계 제조업을 다시 한번 석권하겠다는 야심이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선진국 독일도 85년부터 소재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교육과학부(BMBF) 주관으로 신소재 개발 지원프로그램 Matfo(85~93년)→Matech(94~03년)→Wing(04~현재) 등을 운영하고 있다. 21년간 지원된 예산만 11조원에 달한다. 지원대상은 정보소재기술과 에너지소재기술, 교통소재기술, 의과학소재기술, 생산기반기술 등 5가지 분야다. 프로그램 추진체계는 산학연을 기반으로 기초연구와 시험생산, 기술이전의 3단계 센터를 거쳐 개발된 기초소재를 상업화 한다. 이상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TFT LCD 액정 생산업체로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머크(Merck)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다”며 “국내 TFT LCD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액정도 전량 머크사에서 수입된다”고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다.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중국의 경우 2003년부터 내수용에 한해 세트(완성제품)업체에게 자국에 생산되는 기초소재의 사용 비중을 30%로 의무화했다. 이재홍 한국화학연구원 연구단장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 등 기초소재 선진국이 중국에 진출하도록 유도해 기초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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