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리스크 관리를 고려해야 하지만 저가 항공사에는 오히려 하나의 기회입니다.” 고영섭(62ㆍ사진) 제주항공 사장은 지난 18일 오전7시30분 인천을 출발한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좌석 수 189석)를 타고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에 도착한 후 두 번째 국제선 취항을 기념하며 가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유가로 부담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 항공사들 역시 고유가 부담으로 접고 있는 비수익 노선을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11일 제주~히로시마 노선에 저가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선에 취항한 후 18일에는 인천~기타큐슈, 오는 26일에는 인천~고치 노선에 부정기편(전세기)을 운항할 예정이다. “현재 연말까지 제주ㆍ인천 등을 기점으로 일본으로 모두 왕복 35회의 부정기편 운항을 확정됐습니다. 이밖에도 연내에 47회를 추가해 연간 왕복 92회 운항에 나설 계획입니다.” 고 사장은 이런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철저하게 사업성을 검토한 후 연말께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주3회 1개의 정기노선을 개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뛰고 있다. 그는 “현재 부정기편을 운항 중인 고치ㆍ히로시마ㆍ기타큐슈 중 기타큐슈가 가장 적극적”이라며 “김포공항을 이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기편으로 빨리 들어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여객 수요 중 가장 많은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김포공항에서 뜰 수 있다면 곧바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국내선은 김포공항을 활용하도록 한 규제와 관련해 새 정부가 김포공항에서 근거리 국제선을 허용하도록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데 대한 기대감이다. 취항 노선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1년 동안은 수익성 차원에서 일본 노선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노선의 경우 중국 항공사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경우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운항을 시작한 대한항공의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고 사장은 “진에어도 현재 국제선 취항 기준(1년·1만㎞ 운항)을 채우면 국제선에 분명히 뛰어들 것이지만 우리가 1년 먼저 국제선을 띄우는 등 시차가 있어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속적으로 출범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와 관련해 고 사장은 “진에어, 에어부산(아시아나 계열), 인천시-타이거항공 등과 달리 확고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저가 항공사들은 정리될 것”이라며 “저가 항공시장도 결국은 국제선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항공사 계열과 저가 항공 노하우를 가진 싱가포르 계열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 자체만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 사장은 기존 400억원에다 최근 추진한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287억원만 조달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300억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기재 도입과 항공기 도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비행단 대대장을 거쳐 공군준장으로 예편된 후 대한항공 운항본부 고문 및 비행훈련원장, 대한항공 고문으로 있다 제주항공이 출범하면서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