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이 임박하면서 전쟁보험료와 운임이 크게 인상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라크 전쟁과 동시에 수출화물 운송책임을 담보로 하는 해상보험ㆍ 적하보험ㆍ 항공보험 등을 일제히 인상할 계획이다. 특히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관련 보험료 인상이 대폭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보험료 평시의 수십배=오만과 이란의 접경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경우 1회 운항할 때마다 전쟁보험료가 평상시보다 최고 10배 수준인 3억5,000만원이 추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은 화물 뿐만 아니라 선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2001년 미 9ㆍ11 테러사태이후 전쟁보험료가 추가돼 선박가격의 0.04% 수준을 물고 있는 선박보험료는 이라크전 발발 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박보험료는 전쟁위험지역이나 전쟁지역으로 진입하기 이전에 선박종류와 적재 화물, 운항거리에 따라 영국 런던의 `전쟁보험요율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정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박의 경우 척당 가격이 1,000억~2,000억원 대에 달한다”면서 “지난 91년 걸프전때처럼 전쟁보험료가 평상시보다 수십배 이상 급등할 경우 중동항로 보험료만 무려 수억~수십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상승도 수출비용증가 요인=해운업계는 선박연료유 가격 급등에다 보험료 증가를 일단 운임에 반영하기로 결정해 기업들의 수출비용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박연료유는 지난해초 t당 102~107달러에서 최근에는 190~210달러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료유는 전체 운항원가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유가할증료를 별도로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4월부터 미주항로에 대해 유가할증료를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93달러에서 115달러로 올리고 구주항로도 TEU당 97달러에서 112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LNG선 같은 전용선박은 보험료, 유가할증료 전액을 화주가 부담하고 유조선이나 벌크선 등도 직접적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협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 LG칼텍스정유,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에너지업체들의 경우 에너지수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해 향후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류비증가, 플랜트수출에도 영향=이라크전 개전후 물류비가 급등할 경우 현재 진행중인 중동지역 플랜트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관계자는 “현재 중동지역에서는 완공시점 기준 75억7,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물류비가 증가될 경우 이미 수주한 플랜트공사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시공 중인 주요 업체는 현대건설(38.5억달러), LG건설(13.1억달러), 대림산업(8억달러)등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이라크전이 개전된 후 현지 상황에 따라 공사 스케줄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이라크전이 단기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수출업체 지원책 마련=정부는 수출업계들의 중동지역 화물 운송비 증가에 따른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이라크전이 개전된 후 수출보험의 가지급제도를 시행하고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전체수출에 가지급제도를 확대 시행해 수출업체의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또 “국내항만 사용료를 감면해 수출부대 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철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