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자 아시아 각국이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유류 가격을 자유화하는 등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의 상당수 정부는 그간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공급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안정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정부 재정이 위기에 처하자, 보조금 지급 및 유류 가격 통제 정책에 메스를 대고 있는 것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오는 6월부터 휘발유와 디젤에 대한 가격 통제를 폐지하고 7월에는 전기료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동남아시아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말레이시아도 전기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조금의 90%를 유류 가격을 지원하는 데 썼지만, 유가가 치솟자 더 이상 보조금을 줄 여력이 없어졌다. 노어 모하메드 야코프 말레이시아 제2재무장관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국영전력 회사의 손실이 예상돼 전기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올해 연료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25억달러 늘어난 150억달러로 예상된다. 석유사용량의 73%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의 경우 유류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인도 유류 판매 업체들의 올해 손실이 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JP모건의 라지프 말릭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정권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유류 가격 인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각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미 이 달 초 연료 가격을 평균 28.7%인상한 인도네시아에선 연일 석유류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