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증시만 낙폭 클까? 신흥 시장중 선두주자격…살때도 팔때도 먼저 손대상승속도 빨라 수익 올리기 좋고사는 사람 많아 팔때도 부담없어외국인이 물량70% 장악 영향도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한국 금융기관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물린 돈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적은데도 한국 증시의 낙폭이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ㆍ일본보다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파악된다. 첫째,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한국을 신흥시장(이머징마켓)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 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투자하는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수익률을 높이려면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물을 먼저 사고 시장에서 빠져나갈 때도 한국 주식을 먼저 판다고 말한다. 미국 증시는 덩치가 커서 오르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신흥시장의 선두주자격인 한국에 우선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팔 때도 한국이 만만하다고 월가 매니저들은 말한다. 시장 여력이 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한국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잃을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다. 20%의 서브프라임 부실률을 감안해도 투자규모 8억5,000만달러에 대한 손실규모는 2억달러에 불과하고 이 정도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문제는 시장 패닉이다. 미국ㆍ유럽 등지의 투자자들이 시장 불안을 느껴 펀드에 투자한 돈을 빼내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펀드 런(fund run)이다. 헤지펀드의 경우 분기가 끝나기 15~45일 전에 투자자들이 펀드에 환매를 요청하고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요청한 금액을 현찰로 만들도록 규정돼 있다. 3ㆍ4분기의 경우 15일부터 헤지펀드들의 환매 요청이 시작된다. 이번 분기에는 서브프라임 불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어 선진국 투자자들 사이에는 일단 환매하고 보자는 심리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환매 요청을 받기 시작한 글로벌 펀드들이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게 되고 한국을 그 타깃으로 삼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진국 펀드들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선진국 대신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다. 한국물이 선진국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신흥시장 물건으로 편재돼 있기 때문에 오를 때 빨리 오르고 내릴 때도 빨리 내리는, 즉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 되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의 통계에 따르면 신흥시장에 유입된 선진국 자금은 2003년 1,260억달러에서 2006년 3,785억달러로 3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풍부한 국제자금이 최근 대거 신흥시장에 몰려갔고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언제라도 빠져나올 여건이 돼 있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34%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영권을 위한 대주주ㆍ정부 지분 등 거래되지 않는 주식을 제외하면 시장에 나온 물량의 3분의2를 외국인이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증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초한 내국인 투자자들보다는 미국ㆍ유럽 금융시장에 민감한 외국인들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은 신흥시장 가운데 선물시장이 발달된 곳이고 신흥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선물 해소 과정에서 현물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입력시간 : 2007/08/16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