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취업을 위해 학력을 낮췄을 뿐인데…”
학벌 만능주의에 따른 과열 대학입시경쟁과 고학력 대량 실업사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학력을 낮춰 입사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30대 여성이 회사측과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모 전문대를 졸업한 A(30ㆍ여)씨는 1995년 중ㆍ고졸자만을 뽑겠다는 R사의 반도체ㆍ전자제품 조립직에 고졸자로 지원해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했다.
6년 간 별 탈없이 회사를 다니던 A씨는 2001년 회사측으로부터 “대졸신분을 속여 입사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취업이 잘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학력을 낮춘 것일 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회사측이 반발, 법원에 소송을 냈고 A씨는 `학력 허위기재혐의`로 법정에까지 서야 했다.
A씨는 법정에서도 “입사 후 직장 동료들에게 대졸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위화감 조성도 없었다”며 “고졸 직원에게 야간대학에 다니도록 권고하면서도 대졸 학력이라고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해 “학력 허위 기재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해고 한 것은 징계 사유에 비추어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특별5부(이우근 부장판사)는 최근 “회사측이 A씨의 학력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에 대한 징계해고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이 법정 공방과정에서 민중집회에 참여하고 노조의 후생복지부장을 맡은 A씨의 전력을 들어 A씨의 취업이 노동운동을 위한 `위장 취업`이었다고 공격한 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A씨측은 이에 대해 “R사가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낸 소송이기 때문에 직접 상고 자격이 없어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