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라운드] 국내기업 이렇게 대응한다

부패라운드에 시범케이스로 걸리는 기업은 자칫 퇴출의 위기를 맞는다. 지난 15일부터 부패라운드가 발효함에 따라 수출 및 해외거래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에게 부패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도 부패라운드의 일환으로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이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왔던 소액의 접대 등에 대해 소홀하게 취급했다가 이 법의 적용대상으로 지목되는 기업은 국제시장에서 퇴출당할 뿐아니라 국내에서도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땅바닥에 떨어져 생존의 기로에 설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해외거래가 많은 각 기업마다 내부감시체제 강화, 부패라운드에 대한 교육실시, 자체 윤리규범 제정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부패라운드 대책을 살펴본다. 현대그룹 지난 96년12월11일 현대그룹 기업윤리강령을 제정,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윤리강령은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모든 부조리를 배격하면서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통해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그룹은 특히 해외수주가 많은 건설, 중공업부문의 부패 청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 임직원과 해외에서 채용된 외국인에 대해서까지 부패라운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만의 하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소한 사례에 대해서까지 철저하게 연구, 이를 전 직원에게 주지시킴으로써 부패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관리의 삼성답게 부패관련 행동규범을 매뉴얼로 만들어 상세하게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거래를 뚫을때 사업상 선물을 줄 수 있는 범위, 접대의 조건 및 허용한도 등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해외 프로젝트 입찰 또는 계약을 추진할 때 경영책임자에게 뇌물 제공 및 수수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 진출때 대상국가군을 세그룹으로 나눠 현지 실정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부패관행이 심한 나라에서는 국제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현지 관행을 따르되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아예 사업을 철수, 거래를 끊도록 하고 있다. 부패관행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나라에서는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감안, 기부금 출연, 홍보, 교육훈련 투자방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부패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철저히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도록 지시했다. 대우그룹 뇌물은 물론 뇌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금품도 절대로 주지않는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뇌물공여 금지 및 처벌에 관한 규정을 해외뇌물거래방지법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마련, 인사복무규정에 포함시켰으며 정기적으로 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부감사방안을 별도로 수립하는 한편 합작파트너에게도 회사의 방침을 주지시키는 등 세부적인 방안을 각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다. 대우는 심지어 금융기관인 대우증권에서조차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경우 윤리헌장 또는 반부패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신용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등 계열사 어느 곳에서도 부패라운드와 관련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LG그룹 LG는 지난 94년 윤리규범을 선포, 정직하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도경영을 강조해왔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업윤리교육을 실시하면서 「부정한 돈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LG그룹은 해외 뇌물방지관련 10대 포인트를 설정, 전 직원에게 이를 지키도록 하는 한편 구체적인 윤리규범 실천 지침서 및 해설서를 작성, 배포했다. LG그룹이 마련한 해외 뇌물방지관련 10대 포인트는 ①합법성과 투명성의 원칙 ②CEO 및 임직원들이 뇌물방지원칙을 지킨다는 의지를 명문화한 서약서 제출 ③내부감사 강화 ④현지 에이전트가 뇌물중개인 역할을 하지않도록 지도 ⑤현지 파트너에게도 본사의 뇌물방지원측을 준수하도록 강조 ⑥급행료는 현지에서 허용되는 소액의 급행료만 인정 ⑦상업적 이해관계에 있지 않은 외국 공무원에 대한 선물 및 편의제공만 인정 ⑧정당 기부금을 적절히 활용 ⑨뇌물발생 위험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설정 ⑩부패 개입여부가 불확실한 거래에 대한 가상 테스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SK그룹 SK는 지난 9일 그룹의 최고의결기구인 SUPEX추구협의회에서 뇌물제공금지 등 기업윤리에 대한 강력한 경영방침을 확인하고 전 직원에게 이를 준수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SK의 경영도구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포함되어 있는 기업윤리관련 내용을 구체화해 SK 윤리강령에 준하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정기적으로 임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국내사업장 뿐아니라 해외 현지법인 및 자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 교육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SK는 부패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해 SK윤리강령의 정립 임직원에 대한 교육훈련 및 서약 부패방지노력의 문서화 등을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해외사업관행의 개선 국제규범에 적합한 경영관리 시스템 보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그룹 그동안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많은 해외프로젝트를 수주해왔다고 자부하는 쌍용그룹은 부패라운드 발효를 새로운 챤스로 여기고 있다. 특히 쌍용건설은 윙타이 오피스빌딩, 래플즈시티, 파크오아시스, 피어스 빌라 등 많은 해외공사에서 가격으로만 볼때는 2~3위를 기록, 최저 가격이 아닌데도 고품질 시공에 대한 명성과 투명한 경영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해왔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행여 지금까지 쌍용이 쌓아온 명성에 흠을 낼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아래 각 공사현장에 특별지시사항으로 부패라운드 대책을 시달했다. 특히 김석준(金錫俊)쌍용건설 회장은 최근 해외 각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에게 『동남아에서 얻은 쌍용의 명성은 그동안 싱가폴 정부와 맺은 공사계약을 성실히 수행한 결과』라며 『해외 모든 공사현장이 싱가폴의 기준으로 철저한 시공과 투명한 계약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포항제철 포항제철은 부패라운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경영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순한 뇌물방지, 부패청산 등의 개념을 벗어나 회사 경영 전 부문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철은 업무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을 내세우고 있다. PI를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ERP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경영체제가 구축될 경우 의사결정과 집행, 경영자원의 확보와 배분을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로 처리하게 됨으로써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얘기다. 포철은 생산, 판매, 구매, 투자, 재무, 인사 등 전 부문에 걸친 PI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초부터 1실 5개팀의 PI 전담조직을 구성,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고 있다. 유상부(劉常夫) 포철회장은 또 최근 임원회의에서 간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정직성」이라고 강조, 청렴성과 윤리성에 중점을 둔 인사시스템을 만들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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