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 통과 땐 기업지배구조 흔들·노사 충돌 등 거센 후폭풍

■ 경제민주화 입법 쓰나미 온다
계열사 추가 투자 원천 봉쇄… 적대적 인수합병 노출 우려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관계 새 불씨로 떠올라
9월 정기국회 처리 결과가 정부 진의 파악할 시금석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지난 4월 긴급회동을 갖고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밝힌 뒤 기념촬영 시간을 갖고 있다. 재계는 9월 국회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여부가 정부와 여당의 투자활성화 의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제DB


# 삼성ㆍ현대차ㆍ롯데ㆍ한화ㆍ동부 등은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기업집단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총 15개 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오는 9월 국회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논의될 예정이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지배구조 변화 등 기업경영에 일대 비상이 걸리게 된다. 모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9월 국회가 6월 국회 때보다 더 파급효과가 크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9월 국회에서는 휴일근로를 근로시간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법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매출액 감소와 인건비 부담 증가가 불을 보듯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노사 간 핫 이슈로 부상하면서 노사대립이 더 심화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9월 국회에서는 이들 법안 외에도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사업 제동, 노사관계 이슈 등이 폭넓게 다뤄지면서 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9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여부가 정부의 진의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국회,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라=6월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 강화다. 핵심은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것인데 9월 국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논의될 예정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법으로 제정되면 삼성ㆍ현대차 등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들은 계열사 추가 투자 등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추가 투자 금지는 물론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되는 등 심한 부작용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외에도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의무화 등도 지배구조 개선을 불러올 법안들이다. 특히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삼성그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의무화의 경우 한화ㆍ동부 등 금융계열사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자산 총액이 많은 일부 기업들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둘 경우 일반 계열사와 상호출자가 끊어져 지배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법안 외에도 비금융권 금융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강화와 금융ㆍ보험회사 의결권 축소 등도 재계가 기업지배구조 변화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는 법안이다.

9월 국회에서 논의될 상법 개정안 역시 초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있다. 재계가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강요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4대 그룹 고위임원은 "상법은 물론 공정거래법,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 등 핵심 법안들의 키포인트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이 부문에 대해 재계가 부작용과 우려를 표명해오고 있는데 9월 국회에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노사관계, 또 다른 불씨 떠안나=9월 국회에서 논의될 노동 관련 이슈는 6월 국회 때와 비교할 때 새 발의 피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핵심 노사 이슈가 9월 국회에서 모두 다뤄지게 된다"며 "상반기 국회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9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노사 관련 핵심 이슈는 ▦통상임금 산정기준 법제화 ▦근로시간 단축 ▦경영상 정리해고 규제 강화 등이다.

우선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생산량 감소와 임금 증가 등으로 연결되면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상 해고요건 강화 역시 재계로서는 부담이다. 특히 이 조항이 통과되면 경영상 해고 자체를 사문화하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강화 등을 담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특별법 제정' 법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원청업체에 사내 하도급 근로자 고용ㆍ근로조건 유지의무 등이 골자다. 재계는 이에 대해 국가가 원청과 사내 하도급 근로자 간에 관계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적인 법률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사업 확장 제동=이들 법안 외에도 적지 않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9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우선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가 그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법제화하는 순간 여러 대기업에서 사업을 포기해야 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기업인 형사 처벌 강화, 집단소송제 확대, 일감 몰아주기 세부규제 내용 마련,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등 재계가 우려를 표명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9월 국회에서 처리를 앞두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9월 국회에서 이들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만약 원안대로 통과되면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