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봄, 우리는 모두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해 3월31일 종합주가지수가 증시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는 1,000.98포인트.
만나는 사람마다 주식 이야기, 온 나라가 주식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사람들은 입에 주식을 달고 다녔다.
직장인들은 증권사 객장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농민들은 소 판 돈, 논 판 돈을 들고 증권사를 기웃거렸다. 아줌마 부대들도 이에 질세라 여의도로 몰려가 진을 쳤다.
그러나 1,000포인트를 돌파한 주가가 바닥을 점칠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러지면서 대박이 아니라 쪽박을 찬 사람들의 비명이 도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후유증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식을 샀다가 알거지가 된 직장인들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심지어 목숨을 끊는 증권사 직원도 생겨났다.
지난 2월28일 종합주가지수가 5년 만에 1,0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서 여의도 증권가는 오랜만에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이번 1,000포인트 돌파는 우리 증시 역사상 네번째다.
첫번째는 1989년 3월31일, 두번째는 1994년 9월16일 종가로 1,000.80포인트를 기록했다. 세번째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장이었다는 1999년 7월7일로 1,000포인트를 두고 공방이 매우 치열했다.
이번이 네번째, 그러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1,000포인트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며칠 사이 연속 미끄러져 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만큼은 과거와 달리 장기적으로는 상승국면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과거에는 경기가 정점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물경기가 회복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차갑고 냉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화뇌동하다가는 또 쪽박 차는 수가 있다.
/박민수 편집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