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주 상승 기지개 켜나

저평가 매력에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업황 회복 여전히 불투명
실적 따라 주가 차별화
SKC·LG화학 관심둘 만


화학주들이 31일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어 일제히 반등했다.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 행렬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전기전자ㆍ자동차에 이어 국내 증시의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화학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는 주가로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보면서도 업황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해 이익 회복이 나타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4.19%(1만1,000원) 오른 27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35% 상승한 데 이어 사흘째 오름세다. SK이노베이션(3.10%)과 롯데케미칼(1.85%), 한화케미칼(1.69%)이 강세를 나타냈고 금호석유화학도 1.71% 뛰며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지수가 0.05% 오르며 약보합에 그쳤지만 화학업종지수는 전날보다 0.48% 상승했다.

이날 화학주들을 끌어올린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 외국인은 이날 금호석유를 1만9,786주, 롯데케미칼을 1만9,190주 순매수했다. SK이노베이션도 사흘째 순매수하는 등 외국인은 화학주를 골고루 투자 바스켓에 담았다.

LG화학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이 서로 물량을 주고받고 있다. 전날 기관이 내던진 물량을 외국인이 2만여주 순매수하며 받아내더니 이날은 외국인이 14만주 가까이 내던지자 기관이 29만6,000여주 순매수로 대응했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그동안 화학 업황이 침체된 탓에 관련 주들의 주가가 크게 빠진 것이 저가 메리트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화학업종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성수기 진입에 따른 기대감이 존재하는 동시에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민경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에틸렌의 신규 증설물량은 글로벌 생산물량의 3.1% 수준인 472만톤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나 문제는 생산능력 증설의 60%가량이 3ㆍ4분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하반기 증설물량의 대부분이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대형사들에 집중돼 있어 에틸렌 공급 증가로 가격 회복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화학 업황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도 개별실적이 개선되는 업체와 제품 차별화에 성공한 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저평가 메리트가 큰 상황에서 실적에 따라 종목 간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원용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가 점차 회복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저가 원재료를 통해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동 업체들의 영향으로 화학제품의 추세적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 화학주들의 주가가 바닥 수준인 만큼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상황일지라도 개별 기업들의 실적흐름에 따라 주가도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민경혁 연구원은 "제품별로 수급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화학업종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중국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에 영향을 덜 받는 프로필렌 옥사이드 계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SKC와 특수수지 등 차별화된 제품 비중이 높은 LG화학 등이 실적에서 차별화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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