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 바로 명품의 기준이죠. 명품을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명품에 대한 심미안에서 시작됩니다." 10년째 여가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정운(48)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는 13일 창조경영이란 개인의 행복에서 출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출신으로 베를린자유대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개인적 행복이 사회 지속성장의 원천이라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시키는 대로 일만 해온 남자들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한다"며 "자신의 행복보다 조직의 번영에 몸바쳐왔기 때문인데 이제는 열심히 일만 해서 성과가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내가 명품의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명품이 주는 행복을 모르는데 어떻게 명품을 만들겠냐"고 반문한다. 사회 리더층인 중년 남성의 취향이 뚜렷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그는 "시스템적으로 압박이 거세고 여유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모두 핑계"라면서 "저녁마다 폭탄주를 돌리면서 쌓는 인간관계가 진정 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반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간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 펴냄)'를 쓰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이다. 중년 남자들의 허전함과 소외감을 자신에게 빗대 쓴 책은 의무와 책임은 무겁지만 정작 외로운 이 시대 남자들의 속내를 드러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책은 15만권이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행복의 첫 단계는 '재미'를 찾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 텐데'라는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그는 "돈의 유무는 행복의 질에 영향을 주지만 돈의 많고 적음은 큰 의미가 없다"며 "돈보다는 개인적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단계는 감성적 교류다. 김 교수는 "폭탄주 문화도 소통을 위한 것인데 맨정신에 소통이 되지 않는 중년 남자들은 분명 문제"라면서 "재미를 찾으면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 즉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아하는 게 있으면 이야기하고 싶어져 정서적인 공유를 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재미의 층위가 다양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강조하는 그는 "골프ㆍ낚시 등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재미부터 커피 마시기, 난초 가꾸기 등 재미의 종류는 다양할수록 좋다"고 충고했다. 문구점을 들러 필기도구를 구경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는 김 교수는 "사소해 보이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좋아하면 그냥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기업ㆍ정부부처 등에서 인기 강사 1순위로 꼽히는 그는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공감대가 커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5년 전만 해도 '좋은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내 이야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민을 심리학적으로 진단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는 김 교수는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대안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사회에서 소외돼 쓸쓸하다고 느끼기 전에 삶의 기쁨을 적극 추구하고 행동으로 옮기라(Just Do It)"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