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의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전차병 군복과 특전배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형이라고 구입한 전차승무원복이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전차포탄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라는 지적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달 관계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특히 신형 특전배낭은 방수기능이 전혀 없는데다 당초 14만원이던 가격이 2.5배나 높아진 37만원으로 뛰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국감 하루 뒤인 18일 소요군이 방수기능을 원하지 않았으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가격을 산정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과 방사청의 의혹제기와 해명이 엇갈린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 문제는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 첫째, 국민들이 안보예산이 새나가고 있다고 믿게 될 때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 안보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둘째로, 군복을 포함한 군장류는 평시에는 장병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전투에서는 생존성을 보장해 전장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번 기회를 군납비리 의혹 해소와 장병들의 개인장구류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전투기와 구축함ㆍ전차 등 주요 무기에서는 최신형을 도입하거나 자체 생산하는 수준에 올랐지만 피복과 군장류 같은 비무기 체계는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인장구류를 결속하는 탄입대와 어깨끈의 경우 미군이 2차대전과 6ㆍ25당시 사용했던 장비(일명 X반도)를 그대로 쓰는 실정이다. 군장류의 대량 교체수요는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조달과정 전반에 대한 품질과 가격 검증절차도 보다 투명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중가격보다 단가는 높으면서도 물이 새는 전투화를 비롯해 무수한 의혹이 일었지만 비리 혐의를 받았던 업자가 다시금 버젓이 납품하는 구태가 반복됐던 게 사실이다. 납품 비리업체가 새롭게 법인을 세우거나 실적이 없었던 업체가 갑자기 등장해 줄줄이 군납을 따냈던 경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군납비리는 수억ㆍ수십억원의 뇌물 때문에 국민경제에 수조원의 피해를 안긴 원전비리보다 위험하다. 군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야기하는 군납비리는 안보를 갉아먹는 내부의 적이다.